꿈을 이루라는게 아니야. 꾸기라도 해 보라는 거야.
요 몇년 성가대를 하고, 최근에는 생각지도 않은 지휘도 맡게 되면서,
이것 저것 음악에 대해 책도 보고 알아 나가기도 했더랍니다.
클래식 기타도 배우러 다녀 보고, 성가 합창 예선에도 참여해보고,
성악도 배우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서울교구에서 창작성가 경연대회가 있길래
곡도 한곡 만들어 응모를 해보았더랍니다.
심각한 곡으로는 사실 처음 만들어 보는 거였지만, 4부 화성도 넣고,
피아노 반주도 넣으며 성의를 다했습니다.
(어차피 제 인생에 한번! 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물론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
초짜 아마추어가 전공자들을 이길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요.
워낙 곡이 좋지 않기도 했었을테고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본선 진출곡을 12곡 뽑는다고 공지가 되었는데,
실제 본선곡은 9곡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본선에 나갈만한 요건을 갖춘노래는 단 9곡 뿐이라는 말인데,
제 곡이 최소 요건도 갖춰지지 않았던 것인가 싶어 약간 아쉽습니다.
그래도 꽤 공을 들였는데 말이죠.
하지만 결과가 중요하겠습니까?
곡을 만들어 보았고, 그것을 함께 한 마음으로 연주해주신 성가대 분들이 계시고,
열심히 준비하고 응모했던, 그 자체로 즐거운 것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 소프트웨어 개발자인걸요. ^^
예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강건우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
옮겨 적어봅니다.
"폼이 멋진데? 내가 가르쳐준 바통테크닉을 여기서 써먹는거야?
공연 날짜 하나 못챙기는 멍청한 너를 위해 말해준다면,
공연 시간은 6시고 네 솔로는 2부 첫곡이야.
행복해?
고장난 신호등 대신해서 허우적거리고, 매연냄새에 찌들어가는 게 행복하냐구.
아, 물론 인정해.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이라서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그 돈 다 모아서 에디오피아 난민에게 보내놔야 다리뻗고 사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를 건 없어. 다 자기 가치에 따라 살 뿐이야.
그래서 너, 강건우는, 네 가치에 따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구.
하나만 물어보자.
지휘 배우고 싶다는 건?"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꿈? 그게 어떻게 니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개 별나라 이야기 하제?
니가 뭔가를 해야할 것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치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것 아니야. 그래야 그게 니 꿈이다 말할 수 있는 거지.
아무 거나 갖다 붙이면 다 니 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변호사, 판사, 약사 모두 다 같다 붙여서
니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사실 이런 얘기 다 필요없어. 내가 무슨 상관 있겠어.
평생 괴로워 할 건 넌데.
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니 머리나 쥐어 뜯어봐.
죽기 직전이나 되서야 '지휘!' 단말마의 비명 정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
제가 만든 곡은,
조만한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
첨부파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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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멋지다..웅..너말구 강마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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