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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21:55
드래곤 라자 스크랩
조회 수 6933 추천 수 0 댓글 0
"엘프는 닮아버려, 엘프 가까이 있는 것을.
인간을 닮아버려, 인간 가까이 있는 것은."
..목적어와 주어가 아주 희안하게 배치되는 문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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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말이 함께 후치에 타면 됩니다!."
-이루릴과 여행하고픈 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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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으면 그대로 누워있고 살았어도 누워있어! 죽여줄테니!."
-장난을건 사내에게 외치는 유스네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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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파이."
그녀의 눈꼬리가 당장 올라갔다. 난 싱긋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가고일 날개찜. 난 날개를 특히 좋아해요. 오크 등심구이와 스터지 스프.
후식으로는 워터 엘리멘탈 쥬스와 블랙푸딩. 푸딩 먹어본지 오래 됐어."
그녀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이봐, 꼬마야. 조금 전 그 사내가 왜 그렇게 달아난줄 알아?"
"왜 달아났죠?"
"내 젖이 먹고싶다고 그랬거든."
샌슨은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카알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매우 선량해 보이는 눈으로 그 아가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나와요?"
-유스네에게 장난거는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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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맥주맛 때문에 떠나기가 정말 싫어지는데."
샌슨의 말이었다. 난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하루 푹 쉴 수 없어?"
"안돼. 여정을 지켜야지. 우린 한가로운 여행자가 아니잖아."
"음. 고향에선 우릴 기다리겠지. 이 일이 모두 잘 끝나면 나 다시 한
번 대륙을 돌아보고 싶어졌어."
"여행의 맛을 느끼는가 보구나."
"응. 이렇게 떠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12인의 다리라는 멋진 것이 있다
는 것도 몰랐을거야. 그런 것 말고도 내가 모르는 굉장한 것들이 많겠
지? 지금까지는 그런 것을 못 느꼈는데 갑자기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
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들을 못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데."
"모든 것을 다 해보기엔 우리 수명이 짧아. 내 생각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어. 자신이 겪는 일을 최대로 즐
기면 돼."
-샌슨과 후치의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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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아무런 약속도 없이 하루에 세 번을 만나는 사람에게라면
목숨을 맡겨야 된다고 했는데."
맞다! 그런 말이었다. 약속이 없어도 그렇게 만나지는 사람이라면 대륙 양끝에 갈라놓더라도
만날수 있으므로 절대로 원수로 삼아서는 안된다.
만일 원수가 된다면 어차피 도망칠수 없으므로 목숨을 맡겨두어야 되는셈이고,
친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나 도와줄 것 이므로 역시 목숨을 맡겨두어도 상관없는 셈이다.
-루트에리노 대왕이 중부대로를 지나면서 대마법사 핸드레이크를 세 번 만났을때 한 말을 기억해낸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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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도... 참 괴상하구나. 여름만 해도 내가 설마 수도에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을이되니깐..."
제미니는 바느질하면서 내 말에 대답했다.
"가을이 되니까?"
"그렇구나. 가을이 되면서 캇셀프라임이 나타나고, 마법사의 조수가 되고,
아버지는 아무르타트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난 수도로 달려가게 되는군.
모든 가을은 마력을 지녔다고 하지만..."
"무슨 말이야? 가을이 마력을 지녔다니."
"가을은 그래. 봄여름 동안 지상의 것들은 자신의 생명력으로 불타오르지.
하지만 가을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 생명력들은 스러지기 시작하고 이윽고 겨울, 그건 죽음이야.
그래서 가을은 신비로워. 죽음 직전의 생명들. 다가오는 죽음.
그리고 바로 이 시기에 생명력이 사그라들고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
모든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도 있는 짧은 시기가 있으니
그게 가을 어느 중간쯤에 있는 마력의 시간이야."
"마력의 시간?"
"마력의 시간이라는 것은 모든 장소에 각각 다르게 일어나. 분명 가을 어느 시기인 것은 확실해.
그런데 우연히 그 마력의 시간에 접어든 장소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그에게는 온갖 희귀한 일이 일어나지.
그 짧은 가을동안, 낙엽이 대지를 덮기 시작하고 마침내 첫눈이 오게 될때까지, 그 사람은 평생에 기억될 단 한 번의 가을을 가지게 되지. 때론 모를 수도 있어. 그저 그 가일에 일어났던 일만 기억하다가 몇 년 후에나, 혹은 늙어버렸을 때 겨우 알아차리게 되지. 하지만 자신이 마력의 시간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낙엽이 대지를 덮을 때 부터 첫눈이 오기까지 놀라운 일을 이룩 할수 있지."
"어머나.."
"루트에리노 대왕꼐서 영광의 7주 전쟁을 시작한 것도 낙엽이 흩날리기 시작한 때였지. 그리고
그 분께서 드래곤 로드를 물리칠 때의 이야기는 알겠지? 장대한 싸움끝에 드래곤 로드는 마침내 쓰러졌어.
그 때 하늘에서 흰 눈이 날리기 시작했지. 루트에리노 대왕은 끝내 검을 들지 못하고, 드래곤 로드는 달아났지.
그 이후로 다시는 루트에리노 대왕은 검을 들지 못했어."
"그럼, 바로 그 때가...?"
"루트에리노 대왕의 마법의 가을이었지. 다가온 겨울직전, 생애 최대의 일을 이룩하셨지만 그건 끝내 미완성이야."
-카알에게 들은 마법의 가을을 설명하는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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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떄, 눈으로 보이는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안심 할 수는 없는 법일세.
왜냐하면 죄에 대한 형벌은 이미 그 사람 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일세.
형벌이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지 않네.
그리고 지혜로운 심판관이라면 죄인의 죄에 대한 가장 적절한 형벌은 이미 그죄인의 내부에 있음을 알고 있지.
내가 어줍잖게 그 흉내를 좀 내봤네."
-남작을 벌한 카알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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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언어, 룬(Rune)이지요. 이건 실제로 읽거나 할 수는 없어요."
"예? 읽을 수 없다고요?"
이루릴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주위의 낙엽을 치우고 땅이 나오게 했다.
그녀는 돌멩이를 들더니 땅에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THM, OEW.'
이게뭐람?
"읽어보시겠어요?"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냥 그것을 하나씩 읽었다. 그러자 이루릴은 미소를 지었다.
"전 이렇게 읽겠어요. 3명의 인간 남자, 1명의 엘프 여자"
(Three Human Man, One Elf Woman)
"아!"
나와 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루릴이 쓴 것은 읽을 수는 있잖아요."
"예. 이 글자는 원래 읽을 수 있고 이름이 있으니까 그렇게 THM, OEW
하고 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룬어는 원래 읽을 수 없고, 이름도 없어
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쓴 것처럼 룬어도 그 의미는 있어요. 설명이 좀
이상하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하지 못하겠군요."
"예… 그럼 마법사들이 외우는 주문은 어떻게 말소리가 있는 것이죠?"
"그것은 룬어가 아니라 시동어지요. 룬어는 메모라이즈 할 때 필요한
말이지만 시동어는 그냥 자기 종족의 말로 만들 수 있어요. 룬어로 된
주문을 읽고 메모라이즈 하면 자연스럽게 시동어가 만들어져요. 제가
THM, OEW라고 써 두고 읽을 때는 3명의 인간 남자, 1명의 엘프 여자라고
읽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럼 룬어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마법을…"
이루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요. 마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해야지요."
"마력이 움직이는 방식?"
"저 아프나이델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은 분명 마법사로서 룬어를
읽을 줄 알아요. 제가 수단을 가르쳐주고 룬어도 정확하게 적어주었지
만, 그는 당장은 그 파인드 패밀리어의 주문을 쓰진 못할 거예요. 마력
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한참 연구하고 연습한 다음에야 쓸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전 마력을 움직이는 요령까지 가르쳐줬으니 이해가 훨씬
쉽겠지만."
난 머리를 쩔쩔 흔들었다.
"그러면… 마법사가 제자에게 가르치는 것은 도대체 뭡니까? 난 지금
까지 그냥 주문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했는데."
"마력을 다루는 기술, 그 기술을 증진시키는 연습 방법, 그리고 룬어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마법을 가르치지요. 특정한 마법에 필요한 룬어를
가르쳐 줍니다.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주문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마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죠. 그 룬어를 가
르쳐준 다음, 그 때 마력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지요. 그 부
분이 훨씬 어려워요. 헤엄치는 것에 비교하자면, 어떤 마법의 룬어를 배
우는 것은 겨우 물 안에 들어가는 정도고, 마력을 움직이는 것을 실제
로 물 안에서 손발을 놀리는 법에 대해 가르치는 셈이죠."
나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어렵군요. 샌슨, 내 머리에서 김 나?"
"응. 뭉게뭉게 피어오르는데?"
샌슨은 농담을 했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루릴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그게 무슨 뜻인가요? 머리에서 김이 나다니요."
어, 어? 이걸 설명까지 해야 되나?
"아, 그건 농담이예요.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 김이 나지요?우리도 머
리가 열을 받으면 김이 난다고 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냥 비유지요."
"하지만 후치. 당신 머리에서는 김이 나지 않아요."
나와 샌슨은 한참 동안 얼이 빠져서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나서
설명해주려고 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우리도 주전자와 머리를 비교하
는 것이 우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것이 왜 농담
이지?
-룬어를 설명하는 이루릴과 머리에서 김나는 샌슨과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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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
지 않는다. 자상한 어머니의 죽음에 아들은 오열하며, 연인
의 죽음에 처녀는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무릇 이 세상의 모
든 공포들 중에서, 죽은 자신의 부모, 친지, 친구가 돌아오
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음은 어떻게 설명하랴? 그토록
깊은 애정, 우정, 사랑이 죽음이라는 장벽에 부딪혀서 얼마
나 쉽게 부서지는가를 바라보면 놀라울 뿐이다. 이 글을 읽
는 독자 제위께서도 오늘 자정, 죽은 자신의 아버지나 친구
가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른다면, 과연 기뻐하며 돌아볼 것인
가? 바로 이것이 다른 어느 몬스터보다 언데드 몬스터가 무
서운 까닭이다. 노련한 전사마저도 언데드 몬스터의 약한 힘
보다는 그 죽음의 세계로부터 가져오는 초절적인 공포에 짓
눌려 검을 뽑지 못한다.
[품위있고 고상한 켄턴 시장 말레스 츄발렉의 도움으로 출
간된, 믿을 수 있는 바이서스의 시민으로서 켄턴 사집관으로
봉사한 현명한 돌로메네 압실링거가 바이서스의 국민들에게
고하는 신비롭고도 가치있는 이야기]
제 4 권. PP. 126 (770년 돌로메네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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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유피넬은 코스모스(Cosmos 조화)이며 헬카네스는 카오스
(Chaos 혼돈)이다. 그것은 신이라기보다는 어떤 법칙, 경향성을 나타낸
다. 하지만 보통은 하나의 인격신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만물은 조화나 혼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조화도
없고, 조화가 없으면 혼돈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양자는 공생을 위해 시
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있음으로서 비로소 양자는 공존할 수 있었고 그
래서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모두 만족했다 한다. 만물이 유전되기 시작
한 것이다. 혼돈이 되었다가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조화 속에서 다시
혼돈으로 치달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보자. 인간은 유피넬과 헬카네스 양자 모두를 따를 수 있다. 유
피넬만이 인간을 다스린다면 세상은 정말 따분할 것이다. 일례로, 행운
이라 불리는 것은 대개 헬카네스의 선물이다. 만일 주사위를 6번 던져
모두 6이 나온다면 엄청난 행운이라 하겠지만 그것은 확률 법칙의 혼
돈, 즉 헬카네스의 은총이다. 헬카네스의 은총을 받았다면 도박사가 되
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관점에서 헬카네스는 말도 안되는
불운을 선물하기도 한다. 주사위를 6번 던져 몽땅 1이 나온다면 그것도
헬카네스의 힘이다.
그리고 헬카네스는 전사들의 신이기도 하다. 조화는 반드시 둘 이상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무엇과 무엇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혼자서 조화
를 이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전사들의 행동원칙은 적과 나,
둘 중 하나의 죽음이다. 그래서 헬카네스는 전사들을 비호한다.
그러나 전사들은 헬카네스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연습과
노력을 했는데도 약한 적에게 말도 안되게 쓰러져버린다면 그것은 헬카
네스의 장난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전사들은 유피넬의 가호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유피넬의 뜻에 어긋나게 적을 도륙해버린다. 노력하지
않는 전사라면? 당연히 헬카네스의 도움으로 행운으로 적을 이기길 바
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유피넬의 뜻에 따라 조화롭게 도륙당해버릴
것이다. 그러나 유피넬은 사실 둘 중 하나도 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조화는 둘 이상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꽤 복잡하
지 않은가?
나는 이 정도의 이야기만 듣고나서 신학에는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인간을 설명하는 말을 듣고 신학에 정나미가 떨어져버린 후치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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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카네스의 하위신일테니, 호비트
들과 갈림길의 테페리, 드워프와 불의 카리스 누멘, 오크와 복수의 화렌
차, 검과 파괴의 레티, 까마귀와 질병의…."
느릿하게 말하던 카알의 눈이 번뜩였다.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커다란 까마귀, 역병의 제일 원인자, 무덤만 지키는 무덤지기."
"무슨 말이죠? 무덤만 지키다니."
내 질문에 이루릴은 대답했다.
"무덤만 지킬 뿐 시체는 지키지 않아요. 파먹거나, 혹은 꺼내어 훼손한
다거나…"
"우으윽. 그게 누구죠?"
"게덴."
-드래곤라자의 세계관에 나오는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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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힘이 없었다.
"여보게, 네드발군. 그 말은 맞네. 하지만 저 땅의 모든 것이 그 율법
을 따르고 있어. 하다못해 저 땅 위에 있는 공기들마저도 게덴의 율법
대로 움직일 것이야. 우리가 조용히 물러나는 데에는 별 위험이 없었지
만, 만일 우리가 저 땅 안에서 게덴의 율법에 반대하는 힘을 행사하려
하면, 순식간에 공기가 없어지거나 우리 발 밑의 땅이 없어져 버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네. 아니지. 저 곳은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니까
우린 순식간에 수많은 질병에 걸려버릴 가능성이 가장 높겠군. 일사병
과 동상에 동시에 걸리면 기분이 어떻겠나?"
"…농담이예요?"
"농담이 아니네. 원래 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것이 그래요."
난 진저리를 치면서 물었다.
"세이크리드 랜드?"
"신림지(神臨地), 신이 임한 땅. 무서운 것이네."
세이크리드 랜드(Sacred Land), 어감상 그것은 신성하고 거룩한 느낌
이 든다. 하지만 카알의 설명에 의하면 그것은 지상에 펼쳐진 지옥이다.
최소한 지상에 사는 생물에게라면 지옥보다 더 무서운 장소다.
"세이크리드 랜드, 그곳에서는 하나의 신의 율법만이 지켜지지. 여보
게, 네드발군, 퍼시발군. 우린 사실 수많은 신들의 율법 속에 살아가는
것일세. 하나의 신의 율법만이 지켜지는 장소에서는 오히려 살 수가 없
어. 만약 드워프와 불의 카리스 누멘의 세이크리드 랜드라고 해보세. 그
곳에서는 드워프도 못살걸. 모든 것은 오로지 불일테니까. 모든 것이 타
버리기만 할테니까. 엘프와 순결의 그랑엘베르라면…"
카알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루릴은 별
표정없이 카알의 말을 이었다.
"그곳은 숨막히는 순결만이 있겠지요. 모든 땅은 처녀지이어야 하니
이용될 수 없고, 모든 숲은 미답지로 남아있어야 하니 들어갈 수 없고,
모든 산은 처녀봉이어야 하니 올라갈 수 없고. 게다가 후손을 만들 수
없어요. 처녀는 애를 못 낳지요."
이루릴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그 마지막 말의 뉘앙스는 웃
겼고 그래서 샌슨과 나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세이크리드 랜드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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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당신 이름은?"
운차이는 못들은 척 하며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네리아의 눈썹이 올라
가더니 네리아는 샌슨의 안장과 운차이의 안장을 연결한 줄을 확 끌어당
기며 말했다.
"이봐! 레이디가 묻잖아?"
운차이는 화난 표정으로 네리아를 보더니 갑자기 내게 고개를 돌렸다.
"후치. 강도도 레이디라고 불릴 수 있는지 저 아가씨에게 전해줘."
"라는군요."
나는 친절하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네리아는 발끈하면서 말했다.
"왜 직접 말하지 않는거야? 무슨 애들 장난치는거야?"
운차이는 역시 내게 말했다.
"용모가 아름답지 못하면 성격이라도 고와야 하고, 성격이 곱지 못하다
면 언행이라도 고와야 하는 법이라고 저 아가씨에게 전해줘."
"라는군요."
"야! 누가 널더러 날 책임이라도 지라고 그랬어? 내 언행이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용모가 뭐 어째?"
운차이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유유하게 말했다.
"저런 패악스럽고 사나운 성격을 일생 동안 참아낼 남자를 찾는 것은,
익힌 달걀에서 병아리를 까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해
줘."
"라는군요."
"뭣이 어쩌고 어째? 넌 뭐가 잘나서? 보아하니 이 사람들 포로인 모양
인데!"
운차이는 여전히 유들거렸다.
"난 포로라도 되지만, 저 아가씨의 경우엔 포로로 삼을 가치도 없어서
이기고도 내버려두고 떠난 것이 아니냐고 전해줘."
난 약간의 변화를 모색해봤다.
"라는데요?"
"익힌 돼지머리같은 얼굴에, 비오면 다 들어갈 것 같은 납작코를 가진
주제에 뭐가 자신 있어서 미인에게 함부로 구는 거야?"
"몸매가 거의 시각폭력에 가까운 주제에 과대망상을 가지기까지 했으니
그 앞날이 참으로 막막하여 도대체 대책이 안선다고 전해줘."
"라는걸요."
"그것도 눈이라고 달고 다니냐? 엉? 깡촌에서 비루먹은 당나귀같은 여
자만 보다가 날 보니까, 도대체 세련미를 알아보지도 못하는게 자랑이
냐?"
"지나가는 남자 100 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그 중 98 명이 모두 머리를
흔들면서 달아나버릴 얼굴도 세련미라 칭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해
줘."
"라시네요."
"98명? 2명은 그럼 뭐야?"
"한 명은 장님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거짓말쟁이였다고 전해줘."
"라셨어요."
정말 대단하다. 네리아와 운차이는 이라무스 다리에서 이라무스 시에
들어갈 때까지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도시의 외성이 멀리 보이고 있
다. 외성이라. 꽤 커다란 도시인가보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걸 볼 겨를
도 없이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운차이가 조금만 덜 느물거렸으면, 아니 네리아가 조금만 더 겸손했다
면 모르겠지만 지금 둘은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가중되는 피로를 느꼈다. 졸려 주-욱겠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누구? 샌슨. 어떻게 저렇게 떠드는 여자의 등에 볼을
갖다댄채 저렇게 편안하게 자고 있을 수 있는지. 샌슨은 자기 집의 자
기 방의 자기 침대, 즉 세상에서 가장 안온하고 마음편한 자리에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자고 있다.
-'라는군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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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듣기에, 넌 전장과 멀리 떨어진 웨스트 그레이드의 주민으로 바이
서스와 자이펀의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살았구나. 하지만
만일 자이펀이 바이서스를 침공해서 너희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너에게 왜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었느냐고 물으며 널 죽이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내가 전쟁을 걸진 않았잖아요?"
"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
"억울하지 않느냐?"
"전혀."
"…이유를 말해봐라."
모닥불을 다시 헤집었다. 잠시 불티가 밤하늘을 향해 비산해갔다. 나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 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고기처
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
운차이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었다.
"넌 독수리나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너의 국왕, 귀족, 장
군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왜 아래에 있는 사람들만
이 댓가를 뒤집어써야 되느냐. 나도 인간이고, 날 바이서스로 파견한 내
상관도 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난 명령 때문에 여기로 왔고 결국 죽
게 되었지만, 내 상관은 또다른 간첩을 육성시키며 지금도 배불리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그 놈이 더 나쁜 놈 아니냐?"
"같은 인간? 허, 웃기는군요."
내 대답에 운차이는 놀란 모양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바보나 그런 말을 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쩌니 저쩌니. 헤, 같은 인
간이 세상에 어디 있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죠."
운차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카알의 말씀이시지. 난
내 눈 가득히 검은 밤하늘을 담으며 이야기했다.
"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제기럴, 같
은 인간인데 왜 난 보리빵에 물 한 그릇으로 아침 떼우는데 녀석들은 미
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산해진미를 먹느냐.' 그게 억울하면 나라를 세
우고 왕이 되어버려요.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면 입 다물고 앉아 있
어요."
"귀찮아서…라고?"
"귀찮은 것 아니예요? 당신 말마따나 같은 인간이면, 당신도 자이펀의
왕(거기서도 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처럼 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귀찮아서 하지 않
는 것 아닙니까?"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는거냐? 불가능하지…"
"얼씨구. 이젠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시는군요. 당신 같은 화법
은 추해요. 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
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
면 기분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그렇게 같은 인간이라면, 이 넓
은 대지 어느 한 편에 나라를 세워요. 이제 너는 왜 그러지 않겠냐고
묻겠지요?"
운차이는 매서운 어조로 질문했다.
"묻고 싶군."
"난 귀찮아요. 난 헬턴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로 남는게 훨씬 속편해요.
내가 야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간혹 나도 귀족들이 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밤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누군가가 야심 없고 능력 없는 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날 욕하
게 하진 않겠어요. '쳇, 넌 야심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안되니까 비굴하
게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것 아니냐?' 바보 아네요? 그런 사람들은 야심
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그런 작자들
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
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
고 하겠어요. 그리고는 '초 한 자루도 못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
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 이라고 말해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걸
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
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운차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되지도 않는 말재주로 장황하게 말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결론을 어떻
게 내려야 되나? 에라. 좀 거칠더라도 그냥 끝내자. 머리가 아프다.
"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
요. 당신은 당신을 이곳으로 파견한 상관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추억,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과거의 소중한 것을 모두 팽개치고
그 상관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
요? 당신 상관의 아내를 부인이라 부르고, 당신 상관의 자식들을 내 아
들아, 혹은 딸아,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
"…내 상관은 독신이다."
난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운차이도 피식 웃어버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잘 모르겠지만, 펠레일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중
요인물이래요."
"중요인물?"
"뭐라더라…. 당신은 우리 나라의 비둘기파, 그러니까 주화파(主和派)
들을 주전파(主戰派)로 바꿀 수 있는 산 증거물이라더군요. 그러니 당신
의 증언은 중요해요. 그러니까 수도에 도착하면, 당신이 한 짓을 뉘우친
다는 식으로 말해봐요. 그리고 당신 상관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라고 말해보세요."
"그런다고 내가 살겠냐?"
"그럼 끝까지 조국에 대한 충성을 지켜 교수대의 이슬이 되든가."
운차이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말하는구나."
"당신이 결정하기 쉬우라고 쉽게 말하는 거죠. 결정을 내려요. 살고 싶
다면, 전향을 해서 당신 조국을 마구 꾸짖고 선전책동의 앞잡이가 되어
요. 그럴 수 없다면, 표표히 죽어가요. 양자가 다 싫다면, 재주껏 달아
나요. 하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는 말아요. 알아서 도망쳐요."
운차이는 내 말에 빙긋 웃으며 다시 드러누웠다.
"…알겠다. 책임지지도 못할 꼬맹이에게 할 말은 아니었구나. 알아서
도망치지."
"그게 좋은 태도지요. 잘해봐요. 난 잘 지킬테니까. 조언해봐요? 샌슨
은 의외로 마음씨가 착해요. 샌슨이 불침번일 때 꼬셔봐요. 고향에 있는
처녀가 날 애타게 기다린다는 식이면 꽤 흔들릴걸요?"
윽. 실수다. 샌슨은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조언이었군. 운차
이는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헛기침을 하며 외면했다.
-인간평등에 대한 후치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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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털래털래 걸어왔다. 일단 공격자세는 아니지만 정신병자가
시간 정해놓고 발작하는 것은 아닐테니 나와 샌슨은 긴장한 자세로 검
의 칼자루를 꽉 쥐었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30살 정도의 건장한 남자로 잿빛 머리에 하프 플
레이트의 흉갑을 걸치고 있었다. 다리에는 금속제의 레깅(Legging)도
붙이고 있었고 왼손엔 카이트 실드도 들고 있어 중무장을 잘 갖춘 모습
이다. 하지만 그건 기능적인 모습이었고 품위나 우아함은 없었다. 걸치
고 있는 것들은 한 세트라기보다는 여기 저기서 한 두개씩 구해서 붙이
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우릴 보더니 피식 웃었다.
"오크들이 그쪽들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칼들 놓으시지요. 당신들은
산적… 야! 너 무조건 그럴래? 산 속에서 만났다고 다 산적이냐!"
남자는 자기 말에 자기가 고개를 젓더니 의아한 표정의 우리에게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하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내가 미쳤기 때문… 너
끼어들래! 장난 치지마!"
결국 나와 샌슨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난 샌슨을 보았다.
"돌았지?"
"이것참. 이상한걸. 돌아버린 자의 솜씨로 보기엔 칼솜씨가 보통이 훨
씬 넘던데… 돌아서 그런가?"
"역시! 샌슨이군. 돌아서 그렇구나?"
남자는 우리가 물러나는 것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냐. 미안하오. 달빛이 곱지… 아냐, 이런 빌어먹을. 에, 누구
좀 저에게 키스해주세… 아냐! 에, 누구 좀 가까이 와 주겠습니까?"
"샌슨, 가봐."
"시, 싫어! 키스를 한다잖아! 네리아가가!"
"뭐야? 싫어! 내 입술이 싸구려인 줄 알아? 공짜로는 안돼!"
나와 샌슨은 잠깐 동안 앞의 남자와 뒤의 네리아 중에 누가 더 정신상
태가 괴상한지 고민에 빠졌다.
"할 수 없군."
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힘으로 제일 나은게 나니까 키스를 하
려고 해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지....
-길시언을 처음만난 후치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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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 저, 설명을 좀…"
카알은 길시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길시언은 머리를 내젓더니 말
했다.
"허, 이것 참. 6년 동안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유피넬의
저울추는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짐작도 못하겠군. 헬카네스의추
는 또 얼마나 무거운가. 에, 간단히 얘기하죠. 나 길시언 바이서스, 국
왕 형입니다."
"예에?"
나와 샌슨, 그리고 네리아까지 벼락맞은 듯이 벌떡 일어섰다.
저 자가! 저 자가 바로 그 개망나니 태자… 이크. 어쨌든 그 사람이라
는 말인가? 놀기를 하도 좋아해서 궁궐에서 도망쳤고 그래서 태자 지위
를 페위당했다는 그 폐태자?
길시언은 우리들에게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괜찮습니다. 앉으십시오. 내 꼴을 보십시오. 어디가 왕족처럼 보입니
까? 그리고 여긴 임펠리아도 아닙니다. 서로 편하게 지내십시다. 앉으십
시오."
"아, 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라니. 앉는 법 모르십니까? 다리를 구부리며 몸의 균형
을 잘 잡은 다음 먼저 손으로 땅을 짚으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땅에 가져
다대면 되는 겁니다. 균형을 잃으면 미골에 충격이 가해져 척추가 아플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념하십시오."
우리는 국왕 전하의 형님께서 세세히 지시하신대로 앉았다.
긴장이 되어 웃지도 못했다.
-앉는방법을 설명하는 친절한 길시언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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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관계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루릴의 말이었다. 카알은 지긋이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우리들처럼 보장된 조화가 없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좁혀가
는 방법, 합의하는 방법들을 익혀야 하며,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려고 드
는 과정에서 다른 피조물들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진다고 알았지요."
"엘프들의 생각입니까?"
"제 생각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아, 네. 엘프들은 모두 조화로울 테니, 아마 세레니얼양의 생각에 대
한 다른 엘프분들의 반대의견은 없겠지요."
"예. 그런데 저 왕자, 길시언 바이서스는 그 관계 때문에 오히려 괴로
워하는군요."
"괴로워한다라…."
"그렇게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려 들지만, 그러니까 모험
을 즐기는 보통의 낭만가의 모습을 견지하려들지만 그 자신의 관계가 그
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하신 지적입니다."
"그런가요? 기쁘군요. 저,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스스로 이해력이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예. 당연하지요. 항상 조화로운 관계 속에 살아온 저로서는 자신과 다
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카알은 멀리 갈색산맥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것은 결국 감정이입이
지요. 그래서 같은 부피의 헝겊이 있을 때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헝겊
은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겁니다. 같은 부피의 돌이라 할지라도 조각으
로 만들어진 것은 훨씬 더 애정, 혹은 두려움, 경배, 어떤 감정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물질에 대한 감정이입
의 결과이고, 결국 따스한 마음씨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어렵습니다."
"제 뜻은 이렇습니다. 선량한 마음씨가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
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루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량한 마음만으로 충분할까요?"
"이 세계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일국의 왕자가 황소를 타고
마법검을 휘두르는 세계에서는…"
카알은 말을 맺지 않고 대신 빙긋이 웃었다.
-이루릴에게 감정을 설명하는 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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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릴은 빙긋 웃었다.
"저도 기쁘군요.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신다고요?"
어느새 이루릴의 걸음은 멈춰져 있었다. 그래서 당황한 내가 반문했을
때 나와 그녀의 거리는 대여섯 발자국 이상 떨어져있었다.
"아니, 저, 좀 지내시다가 가지 않고…"
말해놓고나서 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이런 멍청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행히도 이루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님으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처지가 마땅치 못하군요.
저는 여기서 체재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 바쁜 일이 있는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레브네인 호수가 얼기 전에 페어리퀸에게 돌아가봐야 됩
니다. 그녀를 만나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음? 얼음이 문제가 될 줄은몰랐군요. 그거, 이루릴의 마법으로 그냥
부숴버리면 되지 않나요?"
이루릴의 얼굴을 보고서는 내가 과연 말을 잘 한 것인지 잘못 한 것인
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루릴은 잠시 후 별로 달라지지도 않은 어조
로 말했다.
"후치. 친구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손님은 없을 것 같아요. 페
어리들은 당신들이 말하는 어투로 '물'이라든가 '얼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죄송합니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루릴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녀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는 황급하게 말했다.
"그럼, 저, 이루릴. 귓가에 햇살을…"
이를 악물고 그야말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서 내 목소리는 작별 인사라
기보다는 결투 신청으로 들리는 목소리였다. 지금까지의 시간도 이미 너
무 길었다. 그녀를 더 붙잡아서는 안 된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그
녀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루릴의 모습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마법을 쓰는 건가? 나는 일렁거리는 이루릴의 모습을 보며 힘들
게 말을 짜내었다.
"햇살을…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루릴이 살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의 가슴 위로 소담스럽게 늘어진
머릿결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신의 머릿카락으로 내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수도 없이 많은 머리카락들이 눈가를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매끄럽고 가는 머리카락들이 수없이 눈 주위를 훑어내리는 느낌
을. 터무니없이 난폭해지고 싶고, 동시에 터무니없이 차분해지는 그 시
간은 가장 짧은 영원이었고 가장 긴 순간이었다.
"웃으며 떠나게 해주겠지요?"
난 눈을 질끈 감아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 다음 눈을 떴다. 이루릴의 하
얀 얼굴에 어리는 미소, 그리고 그 하얀 얼굴 앞으로 스쳐 떨어져 구분
이 잘 안되는 눈송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난 웃어요. 웃겠어요."
"고마워요."
이루릴은 그렇게 말하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얼굴 근육을 힘들게 움직이며 웃음을 지어보였
다. 천천히 멀어지던 이루릴은 살짝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띄고 돌아와 마침내 행복하기를."
웃으며 떠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미소를 띄고 돌아올 수는 없을 거야.
가슴 속에 복받치는 것을 간신히 끌어내리느라 웃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웃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하얀 눈발 사이로 빛나던 이루릴의 검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
게 되었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이루릴과의 마지막 인사-
"어엇?"
샌슨과 난 당황해서 무기를 들어올렸다. 목소리는 인간,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여자 목소리를 내는 몬스터도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한
밤중이니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샌슨이 고함을 질렀다.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오시오!"
숲 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거절할 수도 있을텐데요?"
샌슨은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당황한 눈으로 날 돌아보았다. 윽,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샌슨에게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지어주고는 숲속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나오지 않으면 넌 변비 걸린 고블린, 무좀 걸린 오크, 치질 걸린 놀
(Gnoll)이다!"
역시 난 통쾌한 남자다. 샌슨도 나처럼 통쾌한 놈은 처음 보겠다는듯
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숲속의 목소리는 잠시 후 말
했다.
"…불쾌한 추측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나가야겠군요."
이윽고 불빛 속으로 나타난 것은 키가 훤칠하고 귀가 큰 여자였다. 귀
가 얼마나 큰지 꼭 엘프 같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샌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저 여자 꼭 엘프처럼 귀가 크네?"
샌슨은 날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그 여자에게 말했다.
"숲의 종족이시군요?"
…엘프였군.
- 이루릴과의 첫만남 -
인간을 닮아버려, 인간 가까이 있는 것은."
..목적어와 주어가 아주 희안하게 배치되는 문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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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말이 함께 후치에 타면 됩니다!."
-이루릴과 여행하고픈 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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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으면 그대로 누워있고 살았어도 누워있어! 죽여줄테니!."
-장난을건 사내에게 외치는 유스네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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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파이."
그녀의 눈꼬리가 당장 올라갔다. 난 싱긋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가고일 날개찜. 난 날개를 특히 좋아해요. 오크 등심구이와 스터지 스프.
후식으로는 워터 엘리멘탈 쥬스와 블랙푸딩. 푸딩 먹어본지 오래 됐어."
그녀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이봐, 꼬마야. 조금 전 그 사내가 왜 그렇게 달아난줄 알아?"
"왜 달아났죠?"
"내 젖이 먹고싶다고 그랬거든."
샌슨은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카알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매우 선량해 보이는 눈으로 그 아가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나와요?"
-유스네에게 장난거는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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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맥주맛 때문에 떠나기가 정말 싫어지는데."
샌슨의 말이었다. 난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하루 푹 쉴 수 없어?"
"안돼. 여정을 지켜야지. 우린 한가로운 여행자가 아니잖아."
"음. 고향에선 우릴 기다리겠지. 이 일이 모두 잘 끝나면 나 다시 한
번 대륙을 돌아보고 싶어졌어."
"여행의 맛을 느끼는가 보구나."
"응. 이렇게 떠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12인의 다리라는 멋진 것이 있다
는 것도 몰랐을거야. 그런 것 말고도 내가 모르는 굉장한 것들이 많겠
지? 지금까지는 그런 것을 못 느꼈는데 갑자기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
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들을 못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데."
"모든 것을 다 해보기엔 우리 수명이 짧아. 내 생각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어. 자신이 겪는 일을 최대로 즐
기면 돼."
-샌슨과 후치의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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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아무런 약속도 없이 하루에 세 번을 만나는 사람에게라면
목숨을 맡겨야 된다고 했는데."
맞다! 그런 말이었다. 약속이 없어도 그렇게 만나지는 사람이라면 대륙 양끝에 갈라놓더라도
만날수 있으므로 절대로 원수로 삼아서는 안된다.
만일 원수가 된다면 어차피 도망칠수 없으므로 목숨을 맡겨두어야 되는셈이고,
친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나 도와줄 것 이므로 역시 목숨을 맡겨두어도 상관없는 셈이다.
-루트에리노 대왕이 중부대로를 지나면서 대마법사 핸드레이크를 세 번 만났을때 한 말을 기억해낸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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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도... 참 괴상하구나. 여름만 해도 내가 설마 수도에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을이되니깐..."
제미니는 바느질하면서 내 말에 대답했다.
"가을이 되니까?"
"그렇구나. 가을이 되면서 캇셀프라임이 나타나고, 마법사의 조수가 되고,
아버지는 아무르타트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난 수도로 달려가게 되는군.
모든 가을은 마력을 지녔다고 하지만..."
"무슨 말이야? 가을이 마력을 지녔다니."
"가을은 그래. 봄여름 동안 지상의 것들은 자신의 생명력으로 불타오르지.
하지만 가을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 생명력들은 스러지기 시작하고 이윽고 겨울, 그건 죽음이야.
그래서 가을은 신비로워. 죽음 직전의 생명들. 다가오는 죽음.
그리고 바로 이 시기에 생명력이 사그라들고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
모든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도 있는 짧은 시기가 있으니
그게 가을 어느 중간쯤에 있는 마력의 시간이야."
"마력의 시간?"
"마력의 시간이라는 것은 모든 장소에 각각 다르게 일어나. 분명 가을 어느 시기인 것은 확실해.
그런데 우연히 그 마력의 시간에 접어든 장소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그에게는 온갖 희귀한 일이 일어나지.
그 짧은 가을동안, 낙엽이 대지를 덮기 시작하고 마침내 첫눈이 오게 될때까지, 그 사람은 평생에 기억될 단 한 번의 가을을 가지게 되지. 때론 모를 수도 있어. 그저 그 가일에 일어났던 일만 기억하다가 몇 년 후에나, 혹은 늙어버렸을 때 겨우 알아차리게 되지. 하지만 자신이 마력의 시간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낙엽이 대지를 덮을 때 부터 첫눈이 오기까지 놀라운 일을 이룩 할수 있지."
"어머나.."
"루트에리노 대왕꼐서 영광의 7주 전쟁을 시작한 것도 낙엽이 흩날리기 시작한 때였지. 그리고
그 분께서 드래곤 로드를 물리칠 때의 이야기는 알겠지? 장대한 싸움끝에 드래곤 로드는 마침내 쓰러졌어.
그 때 하늘에서 흰 눈이 날리기 시작했지. 루트에리노 대왕은 끝내 검을 들지 못하고, 드래곤 로드는 달아났지.
그 이후로 다시는 루트에리노 대왕은 검을 들지 못했어."
"그럼, 바로 그 때가...?"
"루트에리노 대왕의 마법의 가을이었지. 다가온 겨울직전, 생애 최대의 일을 이룩하셨지만 그건 끝내 미완성이야."
-카알에게 들은 마법의 가을을 설명하는 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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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떄, 눈으로 보이는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안심 할 수는 없는 법일세.
왜냐하면 죄에 대한 형벌은 이미 그 사람 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일세.
형벌이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지 않네.
그리고 지혜로운 심판관이라면 죄인의 죄에 대한 가장 적절한 형벌은 이미 그죄인의 내부에 있음을 알고 있지.
내가 어줍잖게 그 흉내를 좀 내봤네."
-남작을 벌한 카알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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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언어, 룬(Rune)이지요. 이건 실제로 읽거나 할 수는 없어요."
"예? 읽을 수 없다고요?"
이루릴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주위의 낙엽을 치우고 땅이 나오게 했다.
그녀는 돌멩이를 들더니 땅에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THM, OEW.'
이게뭐람?
"읽어보시겠어요?"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냥 그것을 하나씩 읽었다. 그러자 이루릴은 미소를 지었다.
"전 이렇게 읽겠어요. 3명의 인간 남자, 1명의 엘프 여자"
(Three Human Man, One Elf Woman)
"아!"
나와 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루릴이 쓴 것은 읽을 수는 있잖아요."
"예. 이 글자는 원래 읽을 수 있고 이름이 있으니까 그렇게 THM, OEW
하고 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룬어는 원래 읽을 수 없고, 이름도 없어
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쓴 것처럼 룬어도 그 의미는 있어요. 설명이 좀
이상하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하지 못하겠군요."
"예… 그럼 마법사들이 외우는 주문은 어떻게 말소리가 있는 것이죠?"
"그것은 룬어가 아니라 시동어지요. 룬어는 메모라이즈 할 때 필요한
말이지만 시동어는 그냥 자기 종족의 말로 만들 수 있어요. 룬어로 된
주문을 읽고 메모라이즈 하면 자연스럽게 시동어가 만들어져요. 제가
THM, OEW라고 써 두고 읽을 때는 3명의 인간 남자, 1명의 엘프 여자라고
읽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럼 룬어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마법을…"
이루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요. 마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해야지요."
"마력이 움직이는 방식?"
"저 아프나이델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은 분명 마법사로서 룬어를
읽을 줄 알아요. 제가 수단을 가르쳐주고 룬어도 정확하게 적어주었지
만, 그는 당장은 그 파인드 패밀리어의 주문을 쓰진 못할 거예요. 마력
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한참 연구하고 연습한 다음에야 쓸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전 마력을 움직이는 요령까지 가르쳐줬으니 이해가 훨씬
쉽겠지만."
난 머리를 쩔쩔 흔들었다.
"그러면… 마법사가 제자에게 가르치는 것은 도대체 뭡니까? 난 지금
까지 그냥 주문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했는데."
"마력을 다루는 기술, 그 기술을 증진시키는 연습 방법, 그리고 룬어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마법을 가르치지요. 특정한 마법에 필요한 룬어를
가르쳐 줍니다.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주문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마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죠. 그 룬어를 가
르쳐준 다음, 그 때 마력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지요. 그 부
분이 훨씬 어려워요. 헤엄치는 것에 비교하자면, 어떤 마법의 룬어를 배
우는 것은 겨우 물 안에 들어가는 정도고, 마력을 움직이는 것을 실제
로 물 안에서 손발을 놀리는 법에 대해 가르치는 셈이죠."
나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어렵군요. 샌슨, 내 머리에서 김 나?"
"응. 뭉게뭉게 피어오르는데?"
샌슨은 농담을 했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루릴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그게 무슨 뜻인가요? 머리에서 김이 나다니요."
어, 어? 이걸 설명까지 해야 되나?
"아, 그건 농담이예요.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 김이 나지요?우리도 머
리가 열을 받으면 김이 난다고 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냥 비유지요."
"하지만 후치. 당신 머리에서는 김이 나지 않아요."
나와 샌슨은 한참 동안 얼이 빠져서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나서
설명해주려고 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우리도 주전자와 머리를 비교하
는 것이 우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것이 왜 농담
이지?
-룬어를 설명하는 이루릴과 머리에서 김나는 샌슨과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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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
지 않는다. 자상한 어머니의 죽음에 아들은 오열하며, 연인
의 죽음에 처녀는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무릇 이 세상의 모
든 공포들 중에서, 죽은 자신의 부모, 친지, 친구가 돌아오
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음은 어떻게 설명하랴? 그토록
깊은 애정, 우정, 사랑이 죽음이라는 장벽에 부딪혀서 얼마
나 쉽게 부서지는가를 바라보면 놀라울 뿐이다. 이 글을 읽
는 독자 제위께서도 오늘 자정, 죽은 자신의 아버지나 친구
가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른다면, 과연 기뻐하며 돌아볼 것인
가? 바로 이것이 다른 어느 몬스터보다 언데드 몬스터가 무
서운 까닭이다. 노련한 전사마저도 언데드 몬스터의 약한 힘
보다는 그 죽음의 세계로부터 가져오는 초절적인 공포에 짓
눌려 검을 뽑지 못한다.
[품위있고 고상한 켄턴 시장 말레스 츄발렉의 도움으로 출
간된, 믿을 수 있는 바이서스의 시민으로서 켄턴 사집관으로
봉사한 현명한 돌로메네 압실링거가 바이서스의 국민들에게
고하는 신비롭고도 가치있는 이야기]
제 4 권. PP. 126 (770년 돌로메네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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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유피넬은 코스모스(Cosmos 조화)이며 헬카네스는 카오스
(Chaos 혼돈)이다. 그것은 신이라기보다는 어떤 법칙, 경향성을 나타낸
다. 하지만 보통은 하나의 인격신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만물은 조화나 혼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조화도
없고, 조화가 없으면 혼돈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양자는 공생을 위해 시
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있음으로서 비로소 양자는 공존할 수 있었고 그
래서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모두 만족했다 한다. 만물이 유전되기 시작
한 것이다. 혼돈이 되었다가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조화 속에서 다시
혼돈으로 치달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보자. 인간은 유피넬과 헬카네스 양자 모두를 따를 수 있다. 유
피넬만이 인간을 다스린다면 세상은 정말 따분할 것이다. 일례로, 행운
이라 불리는 것은 대개 헬카네스의 선물이다. 만일 주사위를 6번 던져
모두 6이 나온다면 엄청난 행운이라 하겠지만 그것은 확률 법칙의 혼
돈, 즉 헬카네스의 은총이다. 헬카네스의 은총을 받았다면 도박사가 되
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관점에서 헬카네스는 말도 안되는
불운을 선물하기도 한다. 주사위를 6번 던져 몽땅 1이 나온다면 그것도
헬카네스의 힘이다.
그리고 헬카네스는 전사들의 신이기도 하다. 조화는 반드시 둘 이상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무엇과 무엇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혼자서 조화
를 이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전사들의 행동원칙은 적과 나,
둘 중 하나의 죽음이다. 그래서 헬카네스는 전사들을 비호한다.
그러나 전사들은 헬카네스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연습과
노력을 했는데도 약한 적에게 말도 안되게 쓰러져버린다면 그것은 헬카
네스의 장난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전사들은 유피넬의 가호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유피넬의 뜻에 어긋나게 적을 도륙해버린다. 노력하지
않는 전사라면? 당연히 헬카네스의 도움으로 행운으로 적을 이기길 바
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유피넬의 뜻에 따라 조화롭게 도륙당해버릴
것이다. 그러나 유피넬은 사실 둘 중 하나도 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조화는 둘 이상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꽤 복잡하
지 않은가?
나는 이 정도의 이야기만 듣고나서 신학에는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인간을 설명하는 말을 듣고 신학에 정나미가 떨어져버린 후치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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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카네스의 하위신일테니, 호비트
들과 갈림길의 테페리, 드워프와 불의 카리스 누멘, 오크와 복수의 화렌
차, 검과 파괴의 레티, 까마귀와 질병의…."
느릿하게 말하던 카알의 눈이 번뜩였다.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커다란 까마귀, 역병의 제일 원인자, 무덤만 지키는 무덤지기."
"무슨 말이죠? 무덤만 지키다니."
내 질문에 이루릴은 대답했다.
"무덤만 지킬 뿐 시체는 지키지 않아요. 파먹거나, 혹은 꺼내어 훼손한
다거나…"
"우으윽. 그게 누구죠?"
"게덴."
-드래곤라자의 세계관에 나오는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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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힘이 없었다.
"여보게, 네드발군. 그 말은 맞네. 하지만 저 땅의 모든 것이 그 율법
을 따르고 있어. 하다못해 저 땅 위에 있는 공기들마저도 게덴의 율법
대로 움직일 것이야. 우리가 조용히 물러나는 데에는 별 위험이 없었지
만, 만일 우리가 저 땅 안에서 게덴의 율법에 반대하는 힘을 행사하려
하면, 순식간에 공기가 없어지거나 우리 발 밑의 땅이 없어져 버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네. 아니지. 저 곳은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니까
우린 순식간에 수많은 질병에 걸려버릴 가능성이 가장 높겠군. 일사병
과 동상에 동시에 걸리면 기분이 어떻겠나?"
"…농담이예요?"
"농담이 아니네. 원래 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것이 그래요."
난 진저리를 치면서 물었다.
"세이크리드 랜드?"
"신림지(神臨地), 신이 임한 땅. 무서운 것이네."
세이크리드 랜드(Sacred Land), 어감상 그것은 신성하고 거룩한 느낌
이 든다. 하지만 카알의 설명에 의하면 그것은 지상에 펼쳐진 지옥이다.
최소한 지상에 사는 생물에게라면 지옥보다 더 무서운 장소다.
"세이크리드 랜드, 그곳에서는 하나의 신의 율법만이 지켜지지. 여보
게, 네드발군, 퍼시발군. 우린 사실 수많은 신들의 율법 속에 살아가는
것일세. 하나의 신의 율법만이 지켜지는 장소에서는 오히려 살 수가 없
어. 만약 드워프와 불의 카리스 누멘의 세이크리드 랜드라고 해보세. 그
곳에서는 드워프도 못살걸. 모든 것은 오로지 불일테니까. 모든 것이 타
버리기만 할테니까. 엘프와 순결의 그랑엘베르라면…"
카알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루릴은 별
표정없이 카알의 말을 이었다.
"그곳은 숨막히는 순결만이 있겠지요. 모든 땅은 처녀지이어야 하니
이용될 수 없고, 모든 숲은 미답지로 남아있어야 하니 들어갈 수 없고,
모든 산은 처녀봉이어야 하니 올라갈 수 없고. 게다가 후손을 만들 수
없어요. 처녀는 애를 못 낳지요."
이루릴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그 마지막 말의 뉘앙스는 웃
겼고 그래서 샌슨과 나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세이크리드 랜드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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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당신 이름은?"
운차이는 못들은 척 하며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네리아의 눈썹이 올라
가더니 네리아는 샌슨의 안장과 운차이의 안장을 연결한 줄을 확 끌어당
기며 말했다.
"이봐! 레이디가 묻잖아?"
운차이는 화난 표정으로 네리아를 보더니 갑자기 내게 고개를 돌렸다.
"후치. 강도도 레이디라고 불릴 수 있는지 저 아가씨에게 전해줘."
"라는군요."
나는 친절하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네리아는 발끈하면서 말했다.
"왜 직접 말하지 않는거야? 무슨 애들 장난치는거야?"
운차이는 역시 내게 말했다.
"용모가 아름답지 못하면 성격이라도 고와야 하고, 성격이 곱지 못하다
면 언행이라도 고와야 하는 법이라고 저 아가씨에게 전해줘."
"라는군요."
"야! 누가 널더러 날 책임이라도 지라고 그랬어? 내 언행이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용모가 뭐 어째?"
운차이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유유하게 말했다.
"저런 패악스럽고 사나운 성격을 일생 동안 참아낼 남자를 찾는 것은,
익힌 달걀에서 병아리를 까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해
줘."
"라는군요."
"뭣이 어쩌고 어째? 넌 뭐가 잘나서? 보아하니 이 사람들 포로인 모양
인데!"
운차이는 여전히 유들거렸다.
"난 포로라도 되지만, 저 아가씨의 경우엔 포로로 삼을 가치도 없어서
이기고도 내버려두고 떠난 것이 아니냐고 전해줘."
난 약간의 변화를 모색해봤다.
"라는데요?"
"익힌 돼지머리같은 얼굴에, 비오면 다 들어갈 것 같은 납작코를 가진
주제에 뭐가 자신 있어서 미인에게 함부로 구는 거야?"
"몸매가 거의 시각폭력에 가까운 주제에 과대망상을 가지기까지 했으니
그 앞날이 참으로 막막하여 도대체 대책이 안선다고 전해줘."
"라는걸요."
"그것도 눈이라고 달고 다니냐? 엉? 깡촌에서 비루먹은 당나귀같은 여
자만 보다가 날 보니까, 도대체 세련미를 알아보지도 못하는게 자랑이
냐?"
"지나가는 남자 100 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그 중 98 명이 모두 머리를
흔들면서 달아나버릴 얼굴도 세련미라 칭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해
줘."
"라시네요."
"98명? 2명은 그럼 뭐야?"
"한 명은 장님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거짓말쟁이였다고 전해줘."
"라셨어요."
정말 대단하다. 네리아와 운차이는 이라무스 다리에서 이라무스 시에
들어갈 때까지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도시의 외성이 멀리 보이고 있
다. 외성이라. 꽤 커다란 도시인가보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걸 볼 겨를
도 없이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운차이가 조금만 덜 느물거렸으면, 아니 네리아가 조금만 더 겸손했다
면 모르겠지만 지금 둘은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가중되는 피로를 느꼈다. 졸려 주-욱겠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누구? 샌슨. 어떻게 저렇게 떠드는 여자의 등에 볼을
갖다댄채 저렇게 편안하게 자고 있을 수 있는지. 샌슨은 자기 집의 자
기 방의 자기 침대, 즉 세상에서 가장 안온하고 마음편한 자리에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자고 있다.
-'라는군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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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듣기에, 넌 전장과 멀리 떨어진 웨스트 그레이드의 주민으로 바이
서스와 자이펀의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살았구나. 하지만
만일 자이펀이 바이서스를 침공해서 너희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너에게 왜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었느냐고 물으며 널 죽이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내가 전쟁을 걸진 않았잖아요?"
"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
"억울하지 않느냐?"
"전혀."
"…이유를 말해봐라."
모닥불을 다시 헤집었다. 잠시 불티가 밤하늘을 향해 비산해갔다. 나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 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고기처
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
운차이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었다.
"넌 독수리나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너의 국왕, 귀족, 장
군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왜 아래에 있는 사람들만
이 댓가를 뒤집어써야 되느냐. 나도 인간이고, 날 바이서스로 파견한 내
상관도 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난 명령 때문에 여기로 왔고 결국 죽
게 되었지만, 내 상관은 또다른 간첩을 육성시키며 지금도 배불리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그 놈이 더 나쁜 놈 아니냐?"
"같은 인간? 허, 웃기는군요."
내 대답에 운차이는 놀란 모양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바보나 그런 말을 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쩌니 저쩌니. 헤, 같은 인
간이 세상에 어디 있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죠."
운차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카알의 말씀이시지. 난
내 눈 가득히 검은 밤하늘을 담으며 이야기했다.
"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제기럴, 같
은 인간인데 왜 난 보리빵에 물 한 그릇으로 아침 떼우는데 녀석들은 미
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산해진미를 먹느냐.' 그게 억울하면 나라를 세
우고 왕이 되어버려요.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면 입 다물고 앉아 있
어요."
"귀찮아서…라고?"
"귀찮은 것 아니예요? 당신 말마따나 같은 인간이면, 당신도 자이펀의
왕(거기서도 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처럼 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귀찮아서 하지 않
는 것 아닙니까?"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는거냐? 불가능하지…"
"얼씨구. 이젠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시는군요. 당신 같은 화법
은 추해요. 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
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
면 기분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그렇게 같은 인간이라면, 이 넓
은 대지 어느 한 편에 나라를 세워요. 이제 너는 왜 그러지 않겠냐고
묻겠지요?"
운차이는 매서운 어조로 질문했다.
"묻고 싶군."
"난 귀찮아요. 난 헬턴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로 남는게 훨씬 속편해요.
내가 야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간혹 나도 귀족들이 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밤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누군가가 야심 없고 능력 없는 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날 욕하
게 하진 않겠어요. '쳇, 넌 야심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안되니까 비굴하
게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것 아니냐?' 바보 아네요? 그런 사람들은 야심
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그런 작자들
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
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
고 하겠어요. 그리고는 '초 한 자루도 못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
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 이라고 말해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걸
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
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운차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되지도 않는 말재주로 장황하게 말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결론을 어떻
게 내려야 되나? 에라. 좀 거칠더라도 그냥 끝내자. 머리가 아프다.
"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
요. 당신은 당신을 이곳으로 파견한 상관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추억,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과거의 소중한 것을 모두 팽개치고
그 상관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
요? 당신 상관의 아내를 부인이라 부르고, 당신 상관의 자식들을 내 아
들아, 혹은 딸아,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
"…내 상관은 독신이다."
난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운차이도 피식 웃어버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잘 모르겠지만, 펠레일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중
요인물이래요."
"중요인물?"
"뭐라더라…. 당신은 우리 나라의 비둘기파, 그러니까 주화파(主和派)
들을 주전파(主戰派)로 바꿀 수 있는 산 증거물이라더군요. 그러니 당신
의 증언은 중요해요. 그러니까 수도에 도착하면, 당신이 한 짓을 뉘우친
다는 식으로 말해봐요. 그리고 당신 상관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라고 말해보세요."
"그런다고 내가 살겠냐?"
"그럼 끝까지 조국에 대한 충성을 지켜 교수대의 이슬이 되든가."
운차이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말하는구나."
"당신이 결정하기 쉬우라고 쉽게 말하는 거죠. 결정을 내려요. 살고 싶
다면, 전향을 해서 당신 조국을 마구 꾸짖고 선전책동의 앞잡이가 되어
요. 그럴 수 없다면, 표표히 죽어가요. 양자가 다 싫다면, 재주껏 달아
나요. 하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는 말아요. 알아서 도망쳐요."
운차이는 내 말에 빙긋 웃으며 다시 드러누웠다.
"…알겠다. 책임지지도 못할 꼬맹이에게 할 말은 아니었구나. 알아서
도망치지."
"그게 좋은 태도지요. 잘해봐요. 난 잘 지킬테니까. 조언해봐요? 샌슨
은 의외로 마음씨가 착해요. 샌슨이 불침번일 때 꼬셔봐요. 고향에 있는
처녀가 날 애타게 기다린다는 식이면 꽤 흔들릴걸요?"
윽. 실수다. 샌슨은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조언이었군. 운차
이는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헛기침을 하며 외면했다.
-인간평등에 대한 후치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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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털래털래 걸어왔다. 일단 공격자세는 아니지만 정신병자가
시간 정해놓고 발작하는 것은 아닐테니 나와 샌슨은 긴장한 자세로 검
의 칼자루를 꽉 쥐었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30살 정도의 건장한 남자로 잿빛 머리에 하프 플
레이트의 흉갑을 걸치고 있었다. 다리에는 금속제의 레깅(Legging)도
붙이고 있었고 왼손엔 카이트 실드도 들고 있어 중무장을 잘 갖춘 모습
이다. 하지만 그건 기능적인 모습이었고 품위나 우아함은 없었다. 걸치
고 있는 것들은 한 세트라기보다는 여기 저기서 한 두개씩 구해서 붙이
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우릴 보더니 피식 웃었다.
"오크들이 그쪽들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칼들 놓으시지요. 당신들은
산적… 야! 너 무조건 그럴래? 산 속에서 만났다고 다 산적이냐!"
남자는 자기 말에 자기가 고개를 젓더니 의아한 표정의 우리에게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하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내가 미쳤기 때문… 너
끼어들래! 장난 치지마!"
결국 나와 샌슨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난 샌슨을 보았다.
"돌았지?"
"이것참. 이상한걸. 돌아버린 자의 솜씨로 보기엔 칼솜씨가 보통이 훨
씬 넘던데… 돌아서 그런가?"
"역시! 샌슨이군. 돌아서 그렇구나?"
남자는 우리가 물러나는 것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냐. 미안하오. 달빛이 곱지… 아냐, 이런 빌어먹을. 에, 누구
좀 저에게 키스해주세… 아냐! 에, 누구 좀 가까이 와 주겠습니까?"
"샌슨, 가봐."
"시, 싫어! 키스를 한다잖아! 네리아가가!"
"뭐야? 싫어! 내 입술이 싸구려인 줄 알아? 공짜로는 안돼!"
나와 샌슨은 잠깐 동안 앞의 남자와 뒤의 네리아 중에 누가 더 정신상
태가 괴상한지 고민에 빠졌다.
"할 수 없군."
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힘으로 제일 나은게 나니까 키스를 하
려고 해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지....
-길시언을 처음만난 후치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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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 저, 설명을 좀…"
카알은 길시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길시언은 머리를 내젓더니 말
했다.
"허, 이것 참. 6년 동안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유피넬의
저울추는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짐작도 못하겠군. 헬카네스의추
는 또 얼마나 무거운가. 에, 간단히 얘기하죠. 나 길시언 바이서스, 국
왕 형입니다."
"예에?"
나와 샌슨, 그리고 네리아까지 벼락맞은 듯이 벌떡 일어섰다.
저 자가! 저 자가 바로 그 개망나니 태자… 이크. 어쨌든 그 사람이라
는 말인가? 놀기를 하도 좋아해서 궁궐에서 도망쳤고 그래서 태자 지위
를 페위당했다는 그 폐태자?
길시언은 우리들에게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괜찮습니다. 앉으십시오. 내 꼴을 보십시오. 어디가 왕족처럼 보입니
까? 그리고 여긴 임펠리아도 아닙니다. 서로 편하게 지내십시다. 앉으십
시오."
"아, 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라니. 앉는 법 모르십니까? 다리를 구부리며 몸의 균형
을 잘 잡은 다음 먼저 손으로 땅을 짚으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땅에 가져
다대면 되는 겁니다. 균형을 잃으면 미골에 충격이 가해져 척추가 아플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념하십시오."
우리는 국왕 전하의 형님께서 세세히 지시하신대로 앉았다.
긴장이 되어 웃지도 못했다.
-앉는방법을 설명하는 친절한 길시언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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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관계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루릴의 말이었다. 카알은 지긋이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우리들처럼 보장된 조화가 없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좁혀가
는 방법, 합의하는 방법들을 익혀야 하며,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려고 드
는 과정에서 다른 피조물들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진다고 알았지요."
"엘프들의 생각입니까?"
"제 생각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아, 네. 엘프들은 모두 조화로울 테니, 아마 세레니얼양의 생각에 대
한 다른 엘프분들의 반대의견은 없겠지요."
"예. 그런데 저 왕자, 길시언 바이서스는 그 관계 때문에 오히려 괴로
워하는군요."
"괴로워한다라…."
"그렇게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려 들지만, 그러니까 모험
을 즐기는 보통의 낭만가의 모습을 견지하려들지만 그 자신의 관계가 그
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하신 지적입니다."
"그런가요? 기쁘군요. 저,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스스로 이해력이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예. 당연하지요. 항상 조화로운 관계 속에 살아온 저로서는 자신과 다
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카알은 멀리 갈색산맥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것은 결국 감정이입이
지요. 그래서 같은 부피의 헝겊이 있을 때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헝겊
은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겁니다. 같은 부피의 돌이라 할지라도 조각으
로 만들어진 것은 훨씬 더 애정, 혹은 두려움, 경배, 어떤 감정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물질에 대한 감정이입
의 결과이고, 결국 따스한 마음씨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어렵습니다."
"제 뜻은 이렇습니다. 선량한 마음씨가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
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루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량한 마음만으로 충분할까요?"
"이 세계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일국의 왕자가 황소를 타고
마법검을 휘두르는 세계에서는…"
카알은 말을 맺지 않고 대신 빙긋이 웃었다.
-이루릴에게 감정을 설명하는 카일-
======================================================================
이루릴은 빙긋 웃었다.
"저도 기쁘군요.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신다고요?"
어느새 이루릴의 걸음은 멈춰져 있었다. 그래서 당황한 내가 반문했을
때 나와 그녀의 거리는 대여섯 발자국 이상 떨어져있었다.
"아니, 저, 좀 지내시다가 가지 않고…"
말해놓고나서 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이런 멍청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행히도 이루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님으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처지가 마땅치 못하군요.
저는 여기서 체재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 바쁜 일이 있는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레브네인 호수가 얼기 전에 페어리퀸에게 돌아가봐야 됩
니다. 그녀를 만나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음? 얼음이 문제가 될 줄은몰랐군요. 그거, 이루릴의 마법으로 그냥
부숴버리면 되지 않나요?"
이루릴의 얼굴을 보고서는 내가 과연 말을 잘 한 것인지 잘못 한 것인
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루릴은 잠시 후 별로 달라지지도 않은 어조
로 말했다.
"후치. 친구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손님은 없을 것 같아요. 페
어리들은 당신들이 말하는 어투로 '물'이라든가 '얼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죄송합니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루릴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녀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는 황급하게 말했다.
"그럼, 저, 이루릴. 귓가에 햇살을…"
이를 악물고 그야말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서 내 목소리는 작별 인사라
기보다는 결투 신청으로 들리는 목소리였다. 지금까지의 시간도 이미 너
무 길었다. 그녀를 더 붙잡아서는 안 된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그
녀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루릴의 모습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마법을 쓰는 건가? 나는 일렁거리는 이루릴의 모습을 보며 힘들
게 말을 짜내었다.
"햇살을…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루릴이 살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의 가슴 위로 소담스럽게 늘어진
머릿결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신의 머릿카락으로 내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수도 없이 많은 머리카락들이 눈가를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매끄럽고 가는 머리카락들이 수없이 눈 주위를 훑어내리는 느낌
을. 터무니없이 난폭해지고 싶고, 동시에 터무니없이 차분해지는 그 시
간은 가장 짧은 영원이었고 가장 긴 순간이었다.
"웃으며 떠나게 해주겠지요?"
난 눈을 질끈 감아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 다음 눈을 떴다. 이루릴의 하
얀 얼굴에 어리는 미소, 그리고 그 하얀 얼굴 앞으로 스쳐 떨어져 구분
이 잘 안되는 눈송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난 웃어요. 웃겠어요."
"고마워요."
이루릴은 그렇게 말하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얼굴 근육을 힘들게 움직이며 웃음을 지어보였
다. 천천히 멀어지던 이루릴은 살짝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띄고 돌아와 마침내 행복하기를."
웃으며 떠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미소를 띄고 돌아올 수는 없을 거야.
가슴 속에 복받치는 것을 간신히 끌어내리느라 웃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웃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하얀 눈발 사이로 빛나던 이루릴의 검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
게 되었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이루릴과의 마지막 인사-
"어엇?"
샌슨과 난 당황해서 무기를 들어올렸다. 목소리는 인간,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여자 목소리를 내는 몬스터도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한
밤중이니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샌슨이 고함을 질렀다.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오시오!"
숲 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거절할 수도 있을텐데요?"
샌슨은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당황한 눈으로 날 돌아보았다. 윽,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샌슨에게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지어주고는 숲속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나오지 않으면 넌 변비 걸린 고블린, 무좀 걸린 오크, 치질 걸린 놀
(Gnoll)이다!"
역시 난 통쾌한 남자다. 샌슨도 나처럼 통쾌한 놈은 처음 보겠다는듯
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숲속의 목소리는 잠시 후 말
했다.
"…불쾌한 추측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나가야겠군요."
이윽고 불빛 속으로 나타난 것은 키가 훤칠하고 귀가 큰 여자였다. 귀
가 얼마나 큰지 꼭 엘프 같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샌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저 여자 꼭 엘프처럼 귀가 크네?"
샌슨은 날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그 여자에게 말했다.
"숲의 종족이시군요?"
…엘프였군.
- 이루릴과의 첫만남 -
Sunny Funny
Dreamy의 선별된 재밌는 이야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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