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 나는 아주 완벽하게 마음과 상관없는 사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숲속 깊은곳의 나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버클리 : 아무도 그 나무를 보고 있지 않지만, 아무튼 당신이 그 나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카르트 : 예, 아까 말한대로 그 나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버클리 : 그런데 그 나무가
생각과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데카르트 : 그렇습니다.
버클리 : 하지만 그 나무는
당신의 마음과는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데카르트 : 나는 동의 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나무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무의 존재가 나의 생각에 달려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버클리 : 하지만
당신이 바로 그 나무를 지금 생각하는 것. 그것이 실은 그 나무를 존재케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당신이나 또는 말이 난 김에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는 사물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주장이라면 모순이 너무 명백하지 않습니까?
데카르트 : 좋아요. 그럼 이렇게 보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지금 이런 나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까지 계속 존재하고 또 내가 이미 그 나무에 대하여 잊어버렸을 때도 존재하는 나무 말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마음과 상관없는 나무를 생각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버클리 : 아닙니다. 그것은 혼란일 뿐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나무가 그 시점에서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냐 없느냐입니다.
데카르트 : 무슨 시점 말입니까?
버클리 : 당신이 그 나무 생각을 멈춘 그 시점 말입니다.
데카르트 : 물론 그 시점에서는 생각하지 않지요. 내가 이미 그것에 대하여 잊어버렸다는 것은 '내가 그 생각을 멈추었다.'는 뜻입니다.
버클리 :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는 이 생각되어지지 않은 나무에 대한 생각(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렇지요?
데카르트 : 그렇습니다.
버클리 : 그렇다면 우리는 동의한 것입니다. 뭐냐하면 당신은 마음과 상관없는 사물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데카르트 : 아닌데요,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꼭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뭔가 의심스러운 것이 있군요.
<<메리 리치, '영화로 철학하기' 에서 발췌.>>
생활에서 쓰는 '회의'와는 차이가 있는 뜻입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을 말하지요.
이미 기원전 3~4세기에 그리스 철학자들의 지각적 상태에 대한 지식 외의 모든 지식을
거부한 것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우리의 감각은 우리를 속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나는 저 붉은 색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의 의식 밖에서 존재하는 어떤 사물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다." 는 것이죠.
모든것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우선 사람의 지각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것에 비하면, 기하학적 지식이나
수학적 지식은 좀 덜한데 하지만 데카르트는 이것도 거짓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 3
= 5 같은 수학적 진리도 오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전능한 신이 아니라,
전능한 악마가 있어서 2 + 3 같은 간단한 계산을 할때도 오류에 빠질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데카르트는 도무지 의심할 수 없는 한가지, 설사 전능한 악마가 있다 하더라도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존재는 한점 오류 없는 진실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입니다.
그러나 후에 흄은 자신의 존재마저 의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라는 것은 기억과
지각의 집합일 뿐이며 그것이 '나'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단지 생각과 지각이 존재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생각이
존재한다"를 "나는 존재한다"로 해석한다는 것은 근거없는 비약이라고 말합니다. 끝도
없습니다.
'모순으로의 귀결(귀류법)'이라는 것을 가지고, '사물을 직접 인식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반드시 회의주의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참이 아니다. 라고 주장합니다.
자연스레 관념론으로 이어지는데 마음과 상관없는 사물은 없으며 '사물은 단지 지각의
집합'이라고 말합니다.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라는 것이죠. 언뜻 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함을 버클리도 인정하였습니다만 (지각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 사람이 지각하지 못하는 것은 '신'이 지각하고
있다는 등의 더 깊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