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집에 다녀왔습니다.
교통정체니 대이동이니 해도, 온 가족이 오랫만에 함께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 하니 역시 좋더군요.
올라올 때는 KTX를 타고 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바로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동대구에서 갈아탔는데요,
몇 분 연착한 탓에 걸음을 재촉하며 KTX 플랫폼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귀에 거슬리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들어 보실래요?]
"16시 47분 서울로 가는 KTX 열치를 타시는 ... "
이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인데요, 여기의 16시 47분을 유독
'십육 시 사십 칠 분'이 아닌 '열 여섯 시 사십 칠 분'으로 말합니다.
'십육시'가 발음이 껄끄럽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하필 '열 여섯 시 사십 칠 분'입니다.
'열 여섯시 마흔 일곱 분'도, '십육 시 사십 칠 분'도 아닌
'열 여섯 시 사십 칠 분'입니다.
이거, 뭐하자는 겁니까?
35를 '서른 오'라고 읽는 거랑 똑같잖아요.
(삼십 다섯 이라고 읽는 사람들 숱하게 봤습니다. 특히 예순이 넘어가면
무조건 칠십 일곱, 팔십 셋입니다. -_-^)
다른 곳도 아니고, KTX 안내방송을 하시는 아나운서(맞겠죠? ^^;)분께서
이렇게 하루종일 일년내내 방송을 하신다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십육시 사십 칠분이든지, 그게 껄끄럽다면 좀 (많이) 어색하긴 하지만(!)
열 여섯 시 마흔 일곱 분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먼저 '十'을 왜 '십'이라고 발음하려하지 않는지 그것이 답답합니다.
10은 '십'입니다. 분명히 '십'입니다.
그러니 '십'은 '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말 안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것을 곡해하면 안됩니다.
말이란 단지 뜻을 전달하는 수레입니다. 그것의 발음 안에는 어떠한 뜻도 없습니다.
그냥 소리입니다.
전에 들었던 어떤 목사님께서는 절대 '십'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으셨습니다.
예배를 드릴때, 성서 어디어디 10장 13절을 항상 '열장 열삼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들을 때 마다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됩니다.
그것 말고는 어떠한 의미도 없는 행동입니다.
발음 안에는 어떤 다른 뜻도 없습니다.
설사 그것이 좋지 않은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 하더라도,
원래의 의미까지 나쁘게 하지는 않습니다.
(전과자 쌍둥이 동생 때문에 내가 나쁜사람이 되지 않는 것 처럼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그 뜻 그대로 받아 들입시다.
그 말에 자신의 의식을 투영시키지 맙시다.
상대의 뜻은 그 뜻 그대로 인정한다면, 사람들이 함께 살기
훨씬 더 좋은 곳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十'은 '십'으로 '十八'은 '십팔'로 정확하게 읽어봅시다.
그것은 어떤 다른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은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
이의제기
------------------------
생각해 보니까, 3시 40분은 '세시 사십분'으로 읽네요. 헤헤헤 =ㅂ=
그럼 대구역 아나운서가 정확한건가??
------------------------
반론제기
------------------------
다시 생각해보니, 시간을 24시간제로 읽을때는 13시를 '십삼시'로 읽고,
4시는 '공사시'로 읽습니다.
12시간제로 읽을때는 앞을 하나 둘 셋 넷으로 나가구요.
어색한거 맞네.. -ㅂ- -.-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