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n : 저는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80년대에는 영화 시작
전에 늘 애국가가 나왔었다고 하더군요. 영화관에서
애국가를 본 기억은 없지만, 그 당시 애국가가 나올
때의 이미지라는 것이, 요즘 애국가 배경과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Violet : 기억나네요. 시작부분에는 늘 한반도가 나오고, 우르르
새떼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있었지요.
아이들이 바람개비와 비눗방울을 들고 잔디밭을 뛰어
가고 나면, 한강 주변의 모습과 올림픽 장면이 나오곤
했습니다.
Brown : 이 시 역시 그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시인은 무언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가 봅니다. 철새들이 자유롭게
끼룩거리고 대오를 맞추는걸 부러워하고 있죠.
아예 자기네 세상을 떼어 나간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시인이 지금 사는 세상과는 다른 그런 곳으로 가고
싶은 겁니다.
자유롭게 모이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곳이죠.
Violet : 그 시대는 그렇지 않았었지요? 통금으로 밤이면
들어가야 했고, 군부독재에 사상탄압, 부정부패.
무던히 답답했을 겁니다. 지식인들은 진짜 민주와
자유를 원했죠.
Brown : 그렇네요.
궂이 그런걸 모르고 보아도, 이 시는 참 재밌습니다.
시작부터 애국가의 이미지로 나타나, 애국가의 리듬에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 되니까요.
끝나는 것도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끝나잖아요?
Violet : 뿐만아니라 이 시의 시상 역시 코믹합니다.
새들이 이룩하는 것으로 서서히 고조되는 이미지가,
새들끼리 이야기하며 더욱 올라가고,
우리들만의 세상을 이루어 그 세상을 떼어매고 떠나는
데서 절정으로 높아졌던 시상이,
한꺼번에 추락하며 주저 앉아 버립니다.
'으아~' 하며 깨어나는 꿈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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