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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를 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
    -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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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술기운이라고 하시지만,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신자를 일컬어 ㄱㅅㄲ라니요.
그것도 강론때 단지 주보를 본 것 뿐인 분들인데요.
말씀이 좀 과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평신도이고, 영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신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머리속에 계속 말들이 맴돌아 마음속 얘기를 좀 넋두리 해볼까 합니다.

'신부님께서 특별히 뛰어나거나 내세울 것도 없으시다"는 겸양의 자세를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너희라고 또 특별히 잘나거나 뛰어나지 않으니, 내말을 따라오는 것도 좋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셨네요. 또 "가톨릭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든지,
"교계제도 내에서 신도들은 (교계 제도상 하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제의 말을 따라야 한다"
(정확하게는 '똥을 집으라고해도 군소리 없이 집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을 쥐시며) 때리겠다" 라는 말도 곁들이며요.)

맞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본당 지도 사제를 존경하고 당신을 따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신부님의 인성과 신앙, 영적 수행,
남들이 갈 수 없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여 가신 것에 대한 존경,
예수님을 닮으시려 인간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모범을 보이심에 대한 경외심,
신부님이 되시기까지의 10년이 넘는 고뇌와 수행의 시간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당신을 따르는 것입니다.
사제가 단지 교계제도(그러니까 교회의 그 지휘체계) 상에서 평신도 보다 위에 있으니까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말씁입니다.
'내가 너보다 위니까 까라면 까라'는 ("까라면 까라"는 말씀도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카리스마 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는 조폭들이나 내세우는 권위입니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러한 이유로 사람을 움직이려하면
열에 아홉은 반감을 가질 것입니다. 특히 건전한 생각과 패기를 가진 청년이라면 당연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말씀하셨지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이 원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불의하지 않은 것일 뿐 사회제도와 상관 없는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까라는 까'식의 협박은 사회 어디에나 있습니다.
"너 몇급이야!" - 그 '민주주의' 국가를 운용하는 국가기관에도 있구요,
"이러고도 월급받고 싶어!" - 돈으로 협박하는 회사에도 있습니다.
"니가 뭘알아? 내가 박사야!" - 지식의 상아탑에도 엄연히 있습니다.
"까라면 까"라는 군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 (거기야 그렇다 칩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국민 여러분은 제가 시키는 대로 그냥 하세요" - 모든 악덕 독재 정권은 항상 그렇습니다.
주먹으로 협박하고 목숨으로 장난치는 조폭 어르신들이 대표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건 민주주의와 어쩌고를 논할 것이 아닙니다.
'정의'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사회제도와 상관 없이 '정의'가 있는 곳에는
강제와 강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딱히 신도에 대해 강제할만한 것이 없는 성당에서는 더할 것입니다.
잘못된 생각이고 공염불입니다. 신자를 성당에서 내치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냥 신부님을,
단지 '사제이기 때문에'가 아닌 '사제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으로 따를 수 있도록 해주십쇼.

덧붙여 교계제도 어쩌고 문제는, 사실 신부님께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두어번 들어봤었는데(모두 새 신부님이시긴 하셨습니다만),
도대체 이 내용을 신학교에서 '신자는 너의 어린양들이니 결국 무조건 니말을 따라야 한다' 식으로
가르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몇번 듣다보니 이젠 제발 이것에 대한 올바른 적용도
함께 좀 익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다음, 그 ㄱㅅㄲ 문제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미사중에, 그것도 사제 강론중에 강론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다니요.
올바른 행동은 아닙니다. 그런데요,
사실 생각해 보면, 강론중에 아니 미사중에라도 주보를 보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왜 미사전에 주보를 나누어 주겠습니까.
오히려 신부님의 강론이 주보보다 흥미롭지 못하다는, 주보한테 신부님 강론이 진거 아니겠습니까?
이전에 들었던 강의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날 참석자 전원이 밤을 새다시피해서 정신이 없을 때였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기가 미국에 MBA 과정을 들을때 있었던 일이다.
강의 마치고 다들 골프치고 여가를 즐기느라 학생들(MBA니 지긋하신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이
강의 중에 많이들 졸았다. 강의를 하시다가 보다 못한 교수가 제일 앞에서 자고 있는 학생의 옆에 앉아있는 분에게
'좀 깨우라'고 말을 했답니다.
그러니까 그 학생이 '왜 나한테 그러느냐? 재운 사람이 깨우라." 라고 대답을 했다네요.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조는 것은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다. 모두 내 잘못이다. It's not your fault. It's all my fault.'
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강의를 졸지 않고 끝까지 아주 잘 들었습니다.

왜 신자들이 신부님의 강론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신부님께서 화를 내십니까?
그것이 버릇이 못돼먹은 신자들만의 탓일까요?
가끔 저도 신부님들의 대중연설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때가 있습니다.
일기 써온 것을 그냥 죽~ 읽으시는 수준의 분들이 계서서 안타까울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종교의 어떤 분은 40만의 신도 앞에서 설교를 하지만 그 40만 대부분이 그 말씀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만약 신부님이 아니라 주교님이나 루터킹 같은 분이 강론대에 서 있었다면
주보를 펴는 사람이 많았을까요, 적었을까요.

게다가 자신의 뜻과 맞지않는 신자를 가리켜 ㄱㅅㄲ라니요.
아무리 술기운이시라지만, 지도자의 지위에 있으신 분께서 아무 생각없이 하시는 말들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을 수 있고 잘못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이런데,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혹시나 가시나무속에서 어렵게 싹튼 그 사람의 신앙을 뿌리채 뽑아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부님 얼굴 뵐때마다 자꾸 생각나고 머리속에 아른거려서,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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