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에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똑같이 그려진 하루를 의식도 못한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구 둥근데 부속품은 왜다 모두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 지도 몰라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에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위에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과 이름들 네모난 스피커 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꽃혀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장에 쌓여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가 하늘 위에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없는 나에게 그나마에 기쁨인가봐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구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다 모두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 지 몰라
<어느분이 만든 네모의 꿈 뮤비>
저도 엄청 즐겨 들었습니다. 그 가사내용도 어찌나 와닿던지, 둥글게 태어나고 둥글게 살아가야할 사람들의 본성이 네모나게 살게 강요받고 있는건 아닌지 유치하지 않게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을 참 잘 집어냈구나 생각했었죠.
그런데 저 마지막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더라구요.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라는 부분이요. 아 저게 무슨 말일까, 제목까지 붙여놓은것 보면 분명 중요한 뜻이고, 가사중에 거의 유일하게 의미를 집약하고(나머지 가사는 다 네모나다는 말 뿐이죠) 있는 부분인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가사 쓰다가 말이 막히니까 상징으로 때우고 가는 구나~' 생각하고 말았더랬죠. 제가 그때 보기엔 똑같아 보였던 미당 서정주 시인의 '동천(冬天)' 처럼요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같이 '고도의 상징'(이라고 쓰고 '4차원'이라고 읽습니다. 아무 보는눈 없는 저한테는요. T.T) 기법으로 쓰여진 그런 부분이겠구나- 하고요. 자기만의 세계에서 쓴 비유를 모아 모아서 다시 그것만으로 은유의 은유를 만들어 버리는 그런 상징이요. 저같은 문외한 입장에서는 저 '고운 눈썹'이 그것도 겨울에 달을 보며 애처로운 마음으로 생각나는 것인지, 아니면 스토커 같이 몰래 집에가서 눈썹을 한가닥 훔쳐온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비껴가는 새가, 내 님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을 알고 달을 비껴 간 것인지, 스토커를 잡으러 온 짭새인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안그렇습니까? 설명도 안해줍니다. (이 시 해설을 읽어보면 가관입니다. 삼세인연? 그런게 여기 어디 나옵니까.)
http://www.dreamy.pe.kr/zbxe/1357 에 걸려 있는, 제가 쓴 시도 마찬가집니다. 마지막 부분은 거의 상징으로 폭주하고 있지요. 주제가 정리가 안된다는 뜻이 강하죠. ^^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런 것도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네요.
다시 네모의 꿈으로 돌아와서, 이 네모의 꿈 마지막 가사도, 그냥 그렇겠거니~ 정리가 잘 안됐거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깊은 뜻이(삼세인연 같은) 있으려니, 생각하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TV 토크쇼에 유영석이 나와서 우연히 네모의 꿈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마지막 가사의 의미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에 휩싸였지요~ 유영석 자신도 심지어 네모의 꿈이 문학책에도 나온걸 보고 놀랐다는군요. 유영석이 말한 네모의 꿈의 원래 내용은 이렇답니다.
지구를 침략해 정복을 노리는 외계인이 있습니다...
하하하하하(쓴웃음^^) 여기까지 할까요? 계속 해 보겠습니다.
그 외계인들은 모든 것이 네모난 외계인인 겁니다. 별도, 생김새도, 사용하는 것도, 물건들도... 모든 게 다 네모난 외계인인데, 지구에서 살 생각을 하니, 지구는 모든게 다 둥근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별도 돌도 꽃 나무 할것 없이 모두 둥글고, 각진 것이 잘 없죠. 그래서 그 외계인들은 밤마다 사람들에게 전파를 보내고 꿈을 꾸게 합니다. 바로 네모난 것들을 만들고 사용 하는 꿈!!! 그 꿈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다 네모난 것만 쓰게 한 겁니다. 자신들의 지구 정복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요! 그것이 바로 '네모의 꿈'의 진실입니다.
이걸 듣고, 컥 했습니다. 아, 인간성의 상실, 각박한 세태, 그런 것들이 별 상관은 없었구나.. 하구요. 그리고 너무 기발한(이라고 쓰고 '4차원'이라고 읽습니다) 작자의 생각에 다시 웃음을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