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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까닭에 실수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 괴테

CoLoR (BLOG)

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2004.04.22 19:03

[COLOR] 십자가 (white)

조회 수 296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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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봤어. 왜 버스 유리창에 칼라출력 해서 붙여 놓은 거 있잖아.
^^ 그래도 옛날엔 문학소년이었거든.
이쪽 저쪽 시를 보다가. '십자가'라는 시가 있더군.
윤동주가 쓴 '십자가'. 교과서에도 나오잖아.
그리고 읽다 보니, 옛날 학교다닐때 배웠던 게 생각이 나더라.
봐바.

★ 십 자 가 (윤동주) ★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이건데 말야...
그중에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라는 부분이
제일 중요하고 시험에 많이 나왔던 부분이잖아.
'괴롭다'와 '행복한'이 동시에 나와서 이부분은 역설법이라고.

아, 그래.. 역설법이 이 시에서는 제일 중요했었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 다시 생각을 해봤지.
과연 진짜 역설인가 하는거.
역설이라는 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붙어야 되는 거잖아.
'나는 죽었지만, 살았다..' 머 이렇게.
그런데 '괴롭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이 반대대는 것일까에
물음표가 찍혔어....
괴로우면 행복할 수 없을까?
예수 그리스도는 괴로울때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괴롭다의 반대말은 편안하다이고,
행복하다의 반대는 불행하다 잖아.
편안하면 행복한가? 괴로우면 불행할까?

정말로 하고싶은 일을 한다면 괴롭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괴롭다는 건 몸이나 정신이 고통받는다는 것이잖아.
그리고 그 고통은 사람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볼 수 없는 거야.. 그치?

그러니까, 詩의 그 부분은 역설이 아니야..
예수는 고통 받으면서도 정말로 행복했을거야.

윤동주 선생의 뛰어난 언어적 감수성이지, 역설은 아니야.
만약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고등학생이 있다면,
그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런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단지 수능에 낼 문제가 필요해서,
시를, 세상을, 한가지 방식으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늙은이들이 되지 않게 말야.....

2004.04.18 05:20

[COLOR] 권위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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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신병이 특별한 깃발이 없으면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부대 입구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어느날 장군이 탄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장군은 운전병에게 보초를 무시하고 계속 가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신병은 앞으로 다가가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장군님. 저는 이런 일에는 경험이 없습니다.
제가 쏠 사람이 누구입니까? 장군님입니까, 운전병입니까?"

이야기의 끝이다.
윗사람의 권위에 구애받지 않고
아랫사람이 당신의 권위에 구애받지 않게 할때
당신은 위대해 질 수 있다.
미소한 사람들에게 오만하지 않고
거만한 사람들에게 굽신거리지 않을 때
당신은 위대해 질 수 있다.

조회 수 377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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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 벚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네. 잠깐 앉았다 가자구. 날도 참 밝고, 꽃이 떨어지는 것도 좋잖아.
Violet : 그러세. 다시 계절은 돌아왔네. 달라지는 건 없지만 봄이 되면 모든것이 살아나는 것 같단 말야.
Yellow : 뭐가. 난 이 꽃을 보고 있으면, 걱정거리들까지 좋아보이고 힘이나는 걸.
생활도 즐거워 지고 말야. 노래도 절로 나오잖나. '봄처녀 제 오시네~'
Black : 씨끄러.

사람들은 주변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주변에 따라 변화한다.
자연은 늘 똑같이 변화하지만, 다르게 다가오고, 또한 그 변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Yellow : 나는 가끔 봄을 타는데 말야. 봄만 되면 마음이 이상해질 때가 있거든. 마냥 좋아지기도 하고, 때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저기 사람들의 얼굴을 보라구 무언가에 떠 있는것 같지 않아?
Black : 미친게야.
Voilet : 맞아. 눈이든 꽃비든, 무언가 떨어지기만 하면 마음이 비어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나봐.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 하지만 꽃이란 열매를 맺기위해 열리는 도구일 뿐이야. 그 속에는 커다란 생존전략들도 숨어있고.
Yellow : 이 친구, 왜 보이는 대로는 보지 못하는 거야. 사람들은 꽃이 피어서 기분이 좋고, 또 즐거워 하고 있어. 그 순간이 훨씬 중요한 것이지 그것이 원래 무엇이었든 상관하지 않는거잖아.
Violet : 맞아. 길을 가고 있되 길을 보지 않는다...
Yellow : 하지만 자신의 걸음은 변하지 않지.
Black : 논다.

조회 수 362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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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늦은 거리에서 나는
헐떡거리며 따라오는
초라한 내 삶의 그림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우고
미소까지 머금었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저 녀석은
그 모양 그 꼴로 늘어져 있는 것인지.
저건 내 삶의 그림자가 아니라고
모른 채 털어버린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날 밤은
어디에선가 떨고 있을 그녀석 때문에
마시지도 않은 커피 탓을 하며
하얗게 지세웠습니다.
  • satski 2007.12.28 12:31
    걸어가다가 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제 마음처럼 그림자의 윤곽도 흐릿한 것 같았습니다.

조회 수 403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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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가수가 2년의 공백을 깨고 8집을 내면서 토크쇼에 나왔었다. 나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꺼낸다.


‘이순신 장군님께서는 우리나라를 지키셨지 않습니까?’

‘네’

‘저는 우리나라의 발라드를 지켰습니다.’


티비를 꺼버렸다. 당황스러워 하는 진행자와 카메라를 보며 낄낄거리는 그 가수를 보자니 구역질이 나려고 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음악성도, 가창력도 있고 국내 가수로는 보기 드문 싱어송 라이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껄끄러워진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노래를 잘 하지만 너무 잘 한다. 너무 잘 한다는 그걸 생각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하면 잘 하는 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거드름 같은 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노래는 훌륭하다.


내가 아는 부자 한명은 술자리에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자신은 지능과 언변이 뛰어나며, 돈의 흐름을 볼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누구보다 더 (정확히는 성철스님이라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서 통달했다고 말을 했다. 돈환의 눈에는 금밖에 보이지 않는 것일테지만, 그의 말에 기가막혔다. 그의 경제적 안목은 인정하지만, 돈만을 기준으로 자신의 삶이 어떤 누구보다 통달한 삶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착각이요, 성철스님께는 억지요, 보는 사람에겐 냄새나는 꼴불견이다.


무엇인가에 통달한 사람들에게 말한다. 주의하고 주의해서 자신의 자존심이 다른사람에게 냄새나게 비치지 않도록 하라고. 일단 그것이 나타나면 좋은 공연, 좋은 연극, 좋은 인생은 끝이다.


  • satski 2007.12.28 12:26
    글을 쓰는 당신이 왠지모르게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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