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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2015.08.13 08:05

인연 - 도종환

조회 수 199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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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가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 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


2015.07.28 09:40

雪日 (김남조)

조회 수 17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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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2015.01.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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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38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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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고 
하면서 의심도 합니다.
나는 부족하다고 
하면서 잘난 체도 합니다.
나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하면서 닫기도 합니다.
나는 정직하자고 
다짐하면서 꾀를 내기도 합니다.
나는 떠난다고 하면서 
돌아와 있고 다시 떠날 생각을 합니다.
나는 참아야 한다고 하면서 
화를 내고 시원해 합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다가 
우스운 일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나는 외로울수록 바쁜 척합니다.
나는 같이 가자고 하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라 하면 같이 가고 싶어집니다.
나는 봄에는 봄이 좋다 하고 
가을에는 가을이 좋다 합니다.
나는 남에게는 쉬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계속 일만 합니다.
나는 희망을 
품으면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나는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 소속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변화를 좋아하지만 안정도 좋아합니다.
나는 절약하자고 하지만 낭비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약속을 하고나서 
지키고 싶지 않아 핑계를 찾기도 합니다.
나는 남의 성공에 박수를 치지만 
속으로는 질투도 합니다.
나는 실패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내가 실패하는 것은 두렵습니다.
나는 너그러운 척하지만 까다롭습니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지만 
불평도 털어놓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미워할 때도 있습니다.
흔들리고 괴로워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이 있습니다.
그 내일을 품고 
오늘은 이렇게 청개구리로 살고 있습니다.

- 좋은 생각 /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2014.09.30 19:21

영화 '전우치' 중에서

조회 수 28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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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어 달리며
(쓰으 핫~)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 검을 꽃처럼 다룰줄 아느니
가련한 사람을 돕는게 바로 도사의 일이다
무릇 생선은 대가리부터 썩는법
왕과 대신들이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보살피지 않아
이 도사 전우치가 친히 백성들 심부름을 하고자 왔으니
공치사 술한잔 받을 일도 아니고
내가 이 병목을 치면 니들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조회 수 35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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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는 에스파냐에서 태어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이끌고, '맨발의 가르멜회'라는 수도회를 세운 분입니다.


'기도를 하고 있던 테레사에게 갑자기 손에 불로 만든 창을 든 천사가 나타나 사정없이 

가슴을 찌름으로써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적 신체의 아픔을 느꼈다. 

그리하여 테레사의 심장에 성흔이 박히게 되었다.(링크)'는 환시를 보기도 하였으며

유명한 조각가 베르니니가 이를 조각하기도 하였습니다.


250px-Estasi_di_Santa_Teresa.jpg


'영혼의 성'이나 '완덕의 길' 같은 영성 서적을 집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분의 기도중에 "Nada te turbe."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마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도와 영성은 의지와 희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를 노래로 만든 것도 있는데 참 듣기 좋네요.


Nada te turbe 
아무것에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nada te espante 
무엇에도 놀라지 마십시오.
todo se pasa.
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Dios no se muda, 
하느님은 변치 않으시니
La paciencia
인내로
todo lo alcanza. 
모든 것을 얻습니다.
Quien a Dios tiene, 
하느님을 소유하는 이에게는
nada le falta.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고
Solo Dios basta. 
오직 하느님으로 충분합니다.


- Santa Teresa de Avila (1515-1582) -




nada_te_turbe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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