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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BLOG)
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2005.08.06 21:08
바다에 버리고 오다 [기형도]
조회 수 5210 댓글 0
나는 기형도의 시가 좋다.
우연히 '기형도 전집'을 읽게 되었었는데, 아무생각 없이 책을 들었지만 그때 받았던 신선한 느낌은 잊혀지질 않는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나, 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표현법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또한 짧고 화려하게 작품활동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가라면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일테니까.
그의 시 한편.
바다에 버리고 오다 [기형도]
1.
도망치듯 바다로 달렸다
그 바다, 구석진 바위에 앉아
울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
그냥은 울기가 민망해서 술기운을 빌려 운다
울 수 있을 만큼만 술을 마신다.
그러면 바다는 내 엄살이 징그럽다고 덤벼들었다
노을이 질 무렵, 파도가 한 웅큼의 피를 쏟아내었다
바다는 새벽을 잉태하기 위하여 날마다 하혈한다
일상의 저음부를 두드리던 가벼운 고통도
내 존재를 넘어뜨릴 듯 버거운 것이었고
한 옥타브만 올라가도 금새 삐그덕거리는 우리의 화음은
합의되지 못한 쓸쓸함,
그래 가끔은 타협할 필요도 없이 해결 되기도 했지만
나와 함께 아파 할 아무도 없다면 어떠랴
징징대는 감정을 달래느라 늘 신경은 하이소프라노로 울고
끝내는 당도하지 못할 너라는 낯선 항구,
파도가 쓸고 가버린 것은 빈 소주병만이 아니었을까
시작도 없는 끝, 시작만 있는 끝
늘 함부로 끝나버리기 일쑤인 기약없는 시작이었음을
2.
바다가 잠든 나를 두드렸다
이미 어두워진, 수초내음만이 살아있는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눈을 문질러도
보이지 않아서 볼 수가 없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하기로 한다
바이올린의 비명이 나를 대신하는
oblivion, 바다가 슬픔을 풀어놓는 동안
잃어버린 기억 한자락 끼어든다
망각은 내가 너를 견디는 방식
살아가는 것이 무릎 관절염 같은 시린 악몽일지라도
오늘, 단 한편의 아픈 꿈을 허락하기로 한다
오늘만 취하기로 한다
수평선 너머로 밀려가는 아득한 기억상실을 위하여
3
바다는 출산을 위하여 끙 한번 신음한다
망망대해에 부유하는 사연들과 같이 아파했던 까닭으로
바다는 새벽을 낳을 무렵, 푸르고도 투명하게 멍들어 있다
2005.07.13 23:54
아름다움 만이 선은 아니다
조회 수 2879 댓글 0
"엄마~ 왜 천사의 눈을 가리고 가는거야?"
"또 왜 저 흑인 소년은 불만에 찬 표정인거야?"
...흐음....그건 말이지....
저 천사에게 자신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야..
"왜???"
저 천사는 고결해서 자존심도 강하거든..
근데...자신이 평소 내려다 보던 생명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면 속상할테니깐....
"그럼 왜 흑인소년은 화가 난 표정이야?"
소년은 그 사실을 알고 있거든...
눈을 가리게 한 신의 명령의 이유를...
그것이 천사를 배려하기 위함이란것을..
그래서 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누군가가 필요한거야....
추락한 천사들을 도와주는 건 지상에 살고 있는 자신들이란걸.....
환한 광명도 아름다운 꽃들도 우아한 흰 날개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 고결한 생명이 다쳤을때 도와주는 건
이름도 없고 더러워진 손과 얼굴의 자신들이란 걸 말하고 싶은 거란다..
하지만 신의 명령 때문에 그걸 말할 수는 없어서 조금은 화가 난 것이란다...
앞으로 니가 살아갈 세상도 이런것이란다..
아름다움 만이 선은 아니야..
너는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는 선도 찾아내야 하는 거란다..
물론 눈이 가려진 넌 진실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
하지만 말야....
너가 세상살이에 추락해 버릴때 너를 도와 줄 투박한 손이 찾아 온다면..
넌 그 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단다..
세상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으려는 선들이 있을 뿐이니깐 말야...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 병사는 적들의 100분의 1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는 배운게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됐다."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하는데 사용한 군사는 고작 50만명 정도였다.
그의 군대는 당시 유럽 최강이던 폴란드 군 10만명을 몰살시킨 적도 있었는데,
그때 폴란드군과 맞선 몽고군의 숫자는 5000명이었다.
2005.04.07 10:00
물이 우리에게 주는 5가지 가르침
조회 수 3520 댓글 0
1. 항상 자기의 진로를 찾아 멈추는 일이 없다
2.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3.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배로 한다.
4.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고,
부탁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5. 양양한 대해를 채우고,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어서 영롱한 얼음이 되지만, 그 성질은 잃는 법이 없다.
2005.03.31 19:57
사랑에 실패한 이를 위로하는 시
조회 수 4247 댓글 0
사랑에 실패한 이를 위로하는 시
. 장석주
오늘보다 내일이 나으리라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나으리라
오늘 사랑에 실패했다면
내일엔 그 상처가 아물리라
모레가 되면
새로운 사랑이 생기리라
그러므로 죽지 마라
사랑 때문이라면 결코 죽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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