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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BLOG)
유치찬란한 대화 모음집
2004.05.31 17:41
[COLOR] 어려움이란 단지 넘어가야할 언덕일 뿐입니다.(Darkblue)
조회 수 3722 댓글 1
키우던 꽃의 줄기가 꺾인것은 3주 정도 전의 일입니다.
10여개의 꽃씨중 겨우 발아에 성공한 두개의 줄기중에 하나였죠.
매일 매일 쑥쑥 커가던 것이, 볕을 좀 쬐라고 내어놓았던 저녁에
줄기가 꺾여 누워있었습니다.
영양제도 꽂아주고, 물도 듬뿍 주고 몇일 신경을 썼더니,
꺾인 줄기가 다시 굵어지며 일어섭니다. 흐뭇했었죠.
그리고 2주가 지났을때, 그날도 어김없이 밖에 내놓았고
저녁에 화분을 바라보니 그 녀석이 다시 누워 있습니다.
'또 누웠구나.' 한번 경험이 있던지라 물을 듬뿍듬뿍 주고
방안에서 몇일 놔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잎이 말라갑니다.
처음 나왔던 떡잎도 말라서 색이 변하고 작아졌습니다.(파란색 원)
다시 하루가 지났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네. 왜 죽어가지?'
자세히 화분을 들여다 보니, 이번에는 좀 심각했나 봅니다.
허리가 완전히 꺾여 떨어져 나가 있었습니다.
줄기가 잘렸으니 오래 살아 남을 수가 없었겠죠.
바보 같이 그것도 모르고 물만 주었습니다.
잠깐이지만 정들었었는데, 아쉽고, 나의 불찰이라 미안하고,
이런저런 마음으로 줄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또다시 보지 못했던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려진 줄기 끝에는 새로 뿌리가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사진의 줄기 아래쪽을 자세히 보시면 보이실겁니다.
허리가 잘렸는데도 몇일이 넘게 잎이 시들지 않은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잘려진 허리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겁니다.
그걸본 나는 화분을 다시 파서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진처럼 많이 싱싱해 졌고, 비록 떡잎은 떨어졌지만
거뜬히 살아났습니다.
어느 식물학자가 말하더군요.
'식물은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속에서는 엄청난 활동을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구요.
그래서 '식물 인간'이라는 말 역시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말을
곁들였습니다.
자리를 움직일 수 없는 식물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나약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나에게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하는 생각들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자리를 떠나 피하려고만 했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생각을 얼마나 했었던가요. 허리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그 아픔을 이겨내고, 그 다시 허리에서 다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던가요.
닥친 고난을 비겁하게 회피하거나, 이기지 못하고 절망에 빠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딛고 참고 일어나서 다시 아름다운 삶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식물'인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꽃 조차도 그렇게 하는데 더 잘해야 겠지요.
지금 처해있는 어려움이란, 나를 어렵게 만들고 절망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를 더욱 큰 사람으로 만들고 나에게 더욱 좋은
삶을 주기위한 언덕일뿐인 것임을 이름조차 잊어버린 작은 꽃줄기가
저에게 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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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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